[기고] 중앙아시아와 전남광주, 교류 물꼬를 넘어 새로운 길 열어야 할 때
최진실 광주문화재단 시민생활문화팀 주임
입력 : 2026. 10. 16(금)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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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광주문화재단 시민생활문화팀 주임
지난 9월 9일부터 17일까지 키르기스스탄과의 공연 교류와 우즈베키스탄과의 문화교류 신규 협약을 위해 중앙아시아를 찾았다. 출장 중이던 9월 16일,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첫 정상회의를 갖고 서울 선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현지에서 접했다. 국가 차원의 한-중앙아시아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이 소식은 2023년부터 광주문화재단이 추진해 온 아시아문화기관교류협의회의 의미와 앞으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국가 간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지금, 지역의 문화예술 교류 역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문화재단은 그동안 아시아 도시의 문화예술기관을 연결하며 교류의 기반을 만들어왔다. 특히 중앙아시아와의 교류를 꾸준히 확대해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키르기스스탄, 올해는 우즈베키스탄까지 협력의 접점을 넓혀왔다. 상호 방문과 초청을 이어오며 단발성 교류를 넘어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온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것은 중앙아시아가 문화예술을 국가와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랜 전통과 역사적 자산을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문화예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와 연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독립 35주년을 기념해 탈라스 주에서 열린 국가적 행사에 광주예술단이 공식 초청됐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행사에 유일한 해외 예술단으로 참여했다는 점도 의미 있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교류가 2023년부터 이어온 국립 마나스 극단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키르기스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마나스(Manas)’와 광주의 판소리(Pansori)는 서로 다른 문화에서 출발했지만, 사람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의 기억을 이어온다는 점에서 문화적 접점을 갖고 있다. 현지에서는 마나스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새 공연장과 마나스 센터를 구축하고, 마나스 학교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극단장은 마나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와 사업을 광주문화재단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쌓아온 양 기관의 신뢰가 단순한 공연 교류를 넘어 새로운 문화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새롭게 문화교류 협약을 맺은 나브바호르 예술단과의 협력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산하 예술단인 나브바호르 예술단은 국가적 지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향후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다. 이번 방문에서는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체스올림피아드 개막공연을 관람하며 세계적인 국제행사와 도시의 역사·문화가 어우러지는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구현한 세련된 미감과 수준 높은 공연 기획·연출은 우즈베키스탄 문화예술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나브바호르 예술단 역시 지난 14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방한 당시 공식 일정에 참여하며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예술단체로서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협력 기반은 향후 전남광주와 우즈베키스탄 간 공연예술 교류를 확대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나라에서 확인한 모습은 분명했다. 중앙아시아는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화의 결은 의외로 광주와 닮아 있었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려는 힘이 있었다. 이제 중앙아시아와의 교류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문화예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문화적 자산과 경험을 나누고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상호 호혜적인 문화예술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기관과 기관, 도시와 도시,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교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광주에는 더욱 특별한 이유가 있다. 광산구에는 고려인마을이 자리하고 있으며, 2027년은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정착 90주년을 맞는 해다. 과거의 역사적 인연을 현재의 문화교류로 연결하고 미래의 협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2023년 시작된 교류의 물꼬는 이제 국가적 행사에 광주예술단이 초청되고 중앙아시아 주요 문화예술기관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맺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전남광주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물꼬를 더 넓고 깊은 길로 만드는 일이다.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국가 차원의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면, 지역에서는 도시와 기관, 예술가와 시민을 연결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협력으로 그 길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문화재단이 만들어가야 할 문화교류의 새로운 역할일 것이다.
최진실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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