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명의 기적을 만드는 ‘심장안전도시 나주’
최민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소방본부 전남권역부본부장
입력 : 2026. 10. 14(수)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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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소방본부 전남권역부본부장
생명을 위협하는 위급상황은 평온한 일상 속에 예고 없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가족이나 이웃이 쓰러졌을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구급차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그 순간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직접 행동할 수 있을까.

심정지는 단순히 심장이 멈추는 현상이 아니다. 심장의 혈액순환 기능이 상실되면서 뇌와 주요 장기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는 치명적인 응급상황이다. 특히 심정지 발생 직후 4~5분은 생존과 뇌 기능 회복에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골든타임’이다.

심정지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정맥인 심실세동(VF)은 심장의 심실이 불규칙하게 떨리면서 정상적인 혈액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이때 신속한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이용한 제세동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응급처치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구급체계를 갖추더라도 구급대원이 모든 심정지 현장에 즉시 도착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생명을 살리는 첫 번째 주인공은 전문 의료진이나 구급대원이 아닌, 환자 곁에 있는 가족과 이웃, 그리고 평범한 시민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나주시와 소방이 함께 추진하는 ‘심장안전도시 구축사업’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소방본부와 나주시, 대한심폐소생협회, 나주시의용소방대연합회가 함께하는 심장안전도시 구축사업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추진되는 지역사회 중심의 생명안전 프로젝트다.

단순히 응급의료 장비를 확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누구나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심정지 고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자동심장충격기 보급을 확대하고, 전문적인 심폐소생술 교육체계를 구축하며, 시민 참여형 교육과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 의용소방대원을 심폐소생술 전문강사로 양성하고, 대한심폐소생협회의 인증 교육체계를 활용해 지역 곳곳으로 교육을 확대하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자동심장충격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나주소방서는 지역 경찰과 협력해 순찰차에 자동심장충격기를 배치하는 등 고정된 장소에 설치된 장비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이는 시민 생활권 곳곳을 이동하는 순찰차가 응급상황에서 또 하나의 생명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심장안전도시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시민의 참여다.

심정지 환자를 발견한 목격자가 구급대 도착 전에 실시하는 ‘목격자 심폐소생술’은 환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응급처치다. 가슴압박을 통해 뇌와 심장으로 최소한의 혈액순환을 유지하고, 자동심장충격기를 신속히 사용하면 생명을 되살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시민이 모든 응급의료 지식을 완벽하게 숙지할 필요는 없다. 쓰러진 사람이 반응이 없고 정상적인 호흡을 하지 않는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안내에 따라 가슴압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 심정지 환자에게는 가슴 중앙을 분당 100~120회의 속도와 약 5~6㎝ 깊이로 압박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 과정에서 119구급상황관리센터는 시민의 생명구조 활동을 뒷받침한다. 119상황요원은 신고자의 설명을 토대로 심정지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고, 전화도움 심폐소생술을 통해 가슴압박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을 안내한다. 필요시 영상통화를 활용한 응급처치 지도도 이뤄진다.

시민의 두 손이 멈춰가는 생명을 지키고, 119의 전문적인 지도가 그 행동을 이끌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응급의료 분야에서 강조하는 ‘생존의 사슬’과도 맞닿아 있다. 심정지의 신속한 인지와 신고, 조기 심폐소생술, 신속한 제세동, 전문소생술, 심정지 후 치료와 회복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나주시 심장안전도시 구축사업은 바로 이러한 생존의 사슬을 지역사회 전체로 확장하는 시도다. 시민은 심정지를 조기에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소방은 전문적인 응급처치 지도와 신속한 현장 대응을 담당한다. 여기에 행정기관과 전문기관, 의용소방대, 경찰 등 지역사회 구성원이 힘을 보태 하나의 촘촘한 생명안전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심장안전도시는 자동심장충격기가 많이 설치된 도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고, 어디서든 자동심장충격기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으며, 시민과 소방이 하나의 생명구조 체계로 연결되는 도시다.

기술과 장비는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그 기술을 실제 생명의 기적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의 관심과 행동이다.

누군가의 심장이 멈춘 순간, 시민의 두 손이 움직이고 119의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그곳에서 생명의 기적은 시작된다.

나주에서 시작된 심장안전도시의 도전이 전남광주 전역으로 확산돼, 누구나 생명을 살릴 수 있고 누구나 생명을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광남일보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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