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가게, 남겨진 간판…늘어나는 ‘유령 점포’
공실 장기화에 폐업 점포들 방치…상권 침체 심화
철거비 부담에 간판 그대로…공실 관리 과제 부상
입력 : 2026. 07. 21(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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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문의가 부착돼 있는데 간판을 보면 여전히 영업을 하는 거 같아요.”

폐업한 뒤에도 간판과 내부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른바 ‘유령 점포’가 전남광주 주요 상권 곳곳에서 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폐업은 늘었지만 이를 대체할 신규 창업은 줄어들고 빈 점포가 장기간 방치되는 사례가 확산되면서 단순한 공실을 넘어 지역 상권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새로운 경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의 2026년 1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광주의 일반상가 공실률은 15.7%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소비가 집중되는 1층 일반상가 공실률도 9.6%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공실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비어 있는 점포가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창업자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국 평균 공실률 13.1%를 넘어선 전남(13.6%)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목포 원도심과 평화광장, 여수 중앙동과 학동, 순천 연향동과 조례동 등 주요 상권에서는 빈 점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부 점포는 1년 이상 임차인을 찾지 못하면서 폐업 당시의 간판과 인테리어를 그대로 유지한 채 방치되고 있다.

과거에는 폐업 후 수개월 안에 새로운 업종이 입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소비 둔화와 창업 감소가 겹치면서 빈 점포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낮춰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폐업한 업주는 원상복구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점포를 그대로 두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비용 가운데 하나가 원상복구와 간판 철거 비용이다.

점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간판 철거에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고, 천장과 바닥, 전기시설 등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데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장기간 적자를 견디다 폐업한 소상공인에게는 마지막까지 감당해야 하는 또 하나의 빚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광주 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한 자영업자는 “가게를 정리하면서 권리금도 못 받고 나왔는데 철거비까지 부담하기 어려웠다”며 “건물주와 협의해 간판만 남겨둔 채 점포를 비운 상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장기간 방치된 점포는 도시미관뿐 아니라 안전 문제도 야기한다.

색이 바랜 간판과 깨진 유리창, 낡은 현수막은 거리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노후 간판은 태풍이나 강풍 때 낙하 사고 위험도 안고 있다. 내부 전기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에는 화재 위험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폐업률을 낮추는 정책뿐 아니라 공실을 얼마나 빨리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하느냐가 지역경제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청년 창업자에게 일정 기간 임대료를 지원해 빈 점포를 활용하거나, 단기 팝업스토어와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간판 철거와 원상복구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경제 전문가는 “공실은 단순히 비어 있는 상가가 아니라 지역경제의 체온을 보여주는 지표다”며 “폐업 이후 방치되는 시간을 줄일수록 상권 회복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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