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하루살이 같은 일상
최총명 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입력 : 2025. 02. 25(화) 17:03
[독자권익위원 칼럼] 작년 말부터 우리는 매일의 일상이 연속적인 이벤트라는 느낌이 드는 상황에서 살고 있다. 요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과정(변론)을 지켜보다가 하얼빈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이 열렸었는지도 몰랐다는 시민들이 많았다. 또한 얼마 전 대전에서 발생한 초등교사에 의한 학생 살인사건 역시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갈 뻔 하기도 하였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금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것을 보며 체감하고 있다. 중소 기업들은 채용을 계획했다가 상황을 보면서 채용을 늘리자는 태세로 돌아서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채용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런 현 상황에서 국민들의 정신건강은 어떨까. 무엇 하나 좋을 것 없는 이 상황에서 더 메마르고 힘들며 우울하지 않을까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걱정이 된다.

사람이 우울하고 힘들어지면 예민해진다. 그래서 감정기복도 생기고 남 탓도 하게 되며 외부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이게 된다. 또한 외부세계 정보에 대해서 논리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 진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 스스로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가장 문제는 자신에 대한 돌봄과 통찰 능력이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무괴아심(無愧我心)이라는 사자성어는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한다’는 뜻으로,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자기 스스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명나라 정치가이자 시인 유기(劉基)가 언급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뜻을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다만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기를 구할 뿐이다.(豈能盡如人意 但求無愧我心)’에서 기인했다.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면 힘들고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상황에서 ‘내 스스로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보고 난 다음에 고개를 들어 외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행동과 생각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의 자기통찰훈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자존감이 높아야 가능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무괴아심(無愧我心)의 마음 변화를 제어하는 기능이 애당초 구비되지 않았거나 단단히 고장난 경우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앞선 칼럼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대해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통찰능력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에 대한 통찰 능력이 있다면 우선 대부분의 일에 남 탓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계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이 계엄을 하게 된 이유 변론을 살펴보면 ‘민주당의 폭주를 막고자’, ‘경제가 안 좋아서’, ‘경각심을 유발하기 위하여’ 등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며 ‘남 탓’을 주요 이유로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주어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 잘못 되었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현재 얼만큼 안 좋은 상황인지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안 좋아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는 안 좋아 진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한 계엄은 자신이 계엄을 한 것이 아니고 다 부하들이 이렇게 저렇게했고 자신은 오직 ‘나라 걱정’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누가 계엄을 선포하고, 국무회의로 추정되는 회의를 주도했으며, 무엇보다 이렇게 나라가 전반적인 영역에서 파탄의 지경에 이르도록, 자신이 걱정할 만큼의 문제 상황이 되도록 했는지 생각 해봤다면 그 책임이 본래적으로 자신으로부터 기인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만 하지 않을까 한다.

리더란 모름지기 부정적인 상황에서 판단능력이 좋고 결단력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 좋았을 때는 히틀러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네로 황제, 나폴레옹과 히틀러 등 독재자의 예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리더란 자신의 판단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통찰하며 결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곱씹는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을 수행하기 위한 높은 자존감과 올바른 도덕성이 필요하다.

윤석열의 남 탓을 쉴새 없이 보고 듣고 있으면서 국민들은 지치고 우울하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아직 대한민국 국민들은 서로 탓하고 서로를 힘들게 하고 있지 않으며 잘 버티고 있다. 다만 지친 국민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소망한다. 대한민국은 소망으로 이룬 국가이기 때문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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