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고 거듭나는 강한 생명력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입력 : 2025. 01. 21(화) 17:43

[독자권익위원 칼럼] 한국 사회 곳곳이 중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해법이 안 보이는 난국의 정치, 안전사고에 대한 불감 사회, 화합을 모르는 좌우의 갈등,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는 이기주의, 진보도 보수도 없는 오직 진영으로 갈라진 이념, 세대 간의 불통과 충돌, 바닥없이 추락한 경기, 도산과 폐업으로 문을 닫는 공장들, 한 집 건너 빈 점포가 낯설지 않은 거리, 실업과 저출산, 생산력이 없는 초고령사회. 국제 사회에 대한 불투명 등 어느 것 하나 희망이 없는 이 암울한 현실에 민생은 고달프고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더 우울한 소식은 한국 경기는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빠질 거라는 전망이다. IMF를 겪어 본 세대들은 그때보다도 지금이 훨씬 어렵다며 심각성을 말하기도 한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작금의 상황을 우리나라 잘못된 정치가 원인인지, 아니면 기업과 경제인들의 잘못 탓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현재 정치 경제 모든 것이 불확실성에 빠져있고, 앞으로도 더욱 악화일로의 진행형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나라의 불확실한 정치와 경제 상황은 바로 국민 개개인의 삶과 직결된다. 30여 년간 문화단체를 운영해 온 필자 역시 이와 같은 환경을 처음 겪으며 깊은 답답함을 절감한다.
지난해 12월 한국 역사상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사태 와중에 29일에는 설상가상으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등이 잇따라 일어났다. 비상계엄선포는 불행 중 다행으로 국회에 의해 철회되기는 했지만, 두 사건은 국내외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라는 죄목으로 탄핵이 소추되어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수감 되었다. 윤대통령 극열 지지자들은 사법부의 판단을 불법이라며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시설물을 파괴하고 저지하는 경찰을 폭행하는 등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초유의 사태를 지켜본 국민과 세계인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혼돈에 빠졌다며 개탄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혼란 시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는 온 국민과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했다. 일순간에 179명의 귀한 인명을 잃어버린 대참사는 한국 사회를 엄청난 충격과 멘붕에 빠지게 했다
여기서 왜 한국 사회는 이처럼 불안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근래 1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참사들이 얼마나 있었나 돌이켜 본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사망 299명에 실종 5명,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현장 건물 붕괴 사고로 사망 9명, 6개월 후 쌍촌동 신축 아파트 붕괴로 노동자 사망, 2022년 이태원 참사로 159명 사망, 23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사고 14명 사망 등이 잇따랐다. 모두 인재가 부른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런 정도라면 한국은 안전 후진국이라 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선진국으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36년 일제 강점기, 해방 이후 한국 전쟁과 남북분단, 5·16혁명과 80년 민주화 운동 등 엄청난 국난을 겪으면서도 이만큼 성장해 온 저력의 나라이다. 이런 선진국에서 후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초유의 기록적인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난다는 사실에 충격과 낯이 부끄럽다.
일련의 사건들을 성장통이라 하기에는 궁색한 변명이다. 이는 한국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현상으로 짧은 기간에 이루어낸 성장이 무사안일과 이기주의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렵고 힘들면 서로 응원하며 더불어 살아가지만, 부귀권력을 갖다 보면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더 안간힘을 쓰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가난한 집은 대문도 담장도 없지만, 가진 자들은 구중궁궐처럼 높은 담장을 쌓고 살아가지 않은가.
지도층에게 강조되는 덕목은 바로 더불어 함께 하는 정신이다. 정치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기준을 분명히 하고, 공정하고 도덕적인 태도를 신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인들은 진영과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며, 준법정신은 선량한 시민들에게만 요구하고 있다.
지도자가 지켜야 할 덕목으로 예의염치(禮義廉恥)가 있다. 이 중에서도 ‘염’과 ‘치’를 더 중히 여긴다. 최소한의 염치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니, 만일 염치를 모르면 그것은 짐승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는 이러한 덕목을 갖춘 정치인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도덕적인 책임을 지닌 리더는 희귀하기만 하다. 도덕이 결여된 조직은 결국 붕괴하고 만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중병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 했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해야만 통할 수 있고, 통해야만 오래 간다는 말이다. 위기의 한국 사회는 이보다 더 궁한 바닥은 없다.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곪은 환부를 도려내야 새로운 살이 돋아나는 법.
뱀은 허물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뱀은 아홉 번 죽을 고비에서 열 번째 살아난다는 구사십생(九死十生)으로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지난 아픔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새롭게 도약하는 을사년이 되길 기원해 본다. 준비가 기회를 만났을 때 꿈은 이뤄진다고 했다.
더 우울한 소식은 한국 경기는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빠질 거라는 전망이다. IMF를 겪어 본 세대들은 그때보다도 지금이 훨씬 어렵다며 심각성을 말하기도 한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작금의 상황을 우리나라 잘못된 정치가 원인인지, 아니면 기업과 경제인들의 잘못 탓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현재 정치 경제 모든 것이 불확실성에 빠져있고, 앞으로도 더욱 악화일로의 진행형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나라의 불확실한 정치와 경제 상황은 바로 국민 개개인의 삶과 직결된다. 30여 년간 문화단체를 운영해 온 필자 역시 이와 같은 환경을 처음 겪으며 깊은 답답함을 절감한다.
지난해 12월 한국 역사상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이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사태 와중에 29일에는 설상가상으로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등이 잇따라 일어났다. 비상계엄선포는 불행 중 다행으로 국회에 의해 철회되기는 했지만, 두 사건은 국내외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라는 죄목으로 탄핵이 소추되어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고 구속수감 되었다. 윤대통령 극열 지지자들은 사법부의 판단을 불법이라며 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시설물을 파괴하고 저지하는 경찰을 폭행하는 등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초유의 사태를 지켜본 국민과 세계인들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혼돈에 빠졌다며 개탄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혼란 시국에서 일어난 제주항공 참사는 온 국민과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했다. 일순간에 179명의 귀한 인명을 잃어버린 대참사는 한국 사회를 엄청난 충격과 멘붕에 빠지게 했다
여기서 왜 한국 사회는 이처럼 불안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근래 10여 년 동안 크고 작은 참사들이 얼마나 있었나 돌이켜 본다.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사망 299명에 실종 5명, 2021년 광주 학동 철거 현장 건물 붕괴 사고로 사망 9명, 6개월 후 쌍촌동 신축 아파트 붕괴로 노동자 사망, 2022년 이태원 참사로 159명 사망, 23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사고 14명 사망 등이 잇따랐다. 모두 인재가 부른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런 정도라면 한국은 안전 후진국이라 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선진국으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36년 일제 강점기, 해방 이후 한국 전쟁과 남북분단, 5·16혁명과 80년 민주화 운동 등 엄청난 국난을 겪으면서도 이만큼 성장해 온 저력의 나라이다. 이런 선진국에서 후진국에서도 보기 힘든 초유의 기록적인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난다는 사실에 충격과 낯이 부끄럽다.
일련의 사건들을 성장통이라 하기에는 궁색한 변명이다. 이는 한국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현상으로 짧은 기간에 이루어낸 성장이 무사안일과 이기주의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렵고 힘들면 서로 응원하며 더불어 살아가지만, 부귀권력을 갖다 보면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더 안간힘을 쓰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가난한 집은 대문도 담장도 없지만, 가진 자들은 구중궁궐처럼 높은 담장을 쌓고 살아가지 않은가.
지도층에게 강조되는 덕목은 바로 더불어 함께 하는 정신이다. 정치인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기준을 분명히 하고, 공정하고 도덕적인 태도를 신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인들은 진영과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며, 준법정신은 선량한 시민들에게만 요구하고 있다.
지도자가 지켜야 할 덕목으로 예의염치(禮義廉恥)가 있다. 이 중에서도 ‘염’과 ‘치’를 더 중히 여긴다. 최소한의 염치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니, 만일 염치를 모르면 그것은 짐승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정치에서는 이러한 덕목을 갖춘 정치인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도덕적인 책임을 지닌 리더는 희귀하기만 하다. 도덕이 결여된 조직은 결국 붕괴하고 만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중병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 했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해야만 통할 수 있고, 통해야만 오래 간다는 말이다. 위기의 한국 사회는 이보다 더 궁한 바닥은 없다. 바닥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곪은 환부를 도려내야 새로운 살이 돋아나는 법.
뱀은 허물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뱀은 아홉 번 죽을 고비에서 열 번째 살아난다는 구사십생(九死十生)으로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지난 아픔의 허물을 벗어 던지고, 새롭게 도약하는 을사년이 되길 기원해 본다. 준비가 기회를 만났을 때 꿈은 이뤄진다고 했다.
광남일보 기자 @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