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이 피해자의 용서 없이 감형만을 위한 ‘기습공탁’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일 광주지검 공판부(부장검사 기노성)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전 간부직원 A씨(63)가 판결 선고 직전에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 없이 500만원을 형사 공탁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11일께 오월어머니집 관장에게 44회에 걸쳐 불안감 또는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부상자회 임원 선출과 관련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 등의 문자메시지를 반복해 보냈다.

A씨는 오월어머니집 관장이 자신을 비판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다른 5·18단체의 단체대화방에 올리자 화가 나서 이러한 행동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바 있다.

A씨의 기습 공탁에 검찰은 곧바로 ‘형사공탁에 대한 피해자 수령 의사 확인 제도’에 따라 피해자의 의견을 물었다.

이후 오월어머니집 관장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거부의 의사를 확인한 뒤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피해자 진술권을 적극 보장했다.

그 결과 1심에서 A씨에 대해 징역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A씨는 항소심에서도 2차 공탁에 나서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에 검찰은 즉시 오월어머니집 관장에게 통지, 국선변호사를 통해 공탁금 수령거부 의사가 재판부에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또 피고인에 대한 유리한 양형자료로 참작되는 것을 차단해 1심 실형 선고가 유지되도록 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공판검사에게 “공탁사실 통지 등 자신의 의견이 재판부에 전달되는데 도움을 줘 감사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검찰은 지난 2022년 12월부터 시행된 형사공탁 특례제도로,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피고인의 일방적 공탁이 유리한 양형자료로 참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재판 단계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진심 어린 반성 없이 중형만을 피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해도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돼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제 사건의 당사자인 피해자가 재판에 관여하기 어려웠던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피고인의 자백과 반성이 ‘악어의 눈물’인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형사재판의 일부 피고인들이 자기반성 등 유리한 양형조건을 반영받기 위해 선고 공판 전 형사공탁하는 사례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피고인의 일방적 공탁이 유리한 양형자료로 참작되면서 피해자의 의사가 형사재판의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 일방적 공탁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로 참작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