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침묵이 건네는 질문…삶 균열 위 피어난 무대
23일부터 광주·보성서 ‘오해’·‘단피몽두전’·‘올드맨’ 잇따라
가짜뉴스·인간의 존엄성 등 정통 희곡·블랙코미디로 선봬
가짜뉴스·인간의 존엄성 등 정통 희곡·블랙코미디로 선봬
입력 : 2026. 07. 21(화)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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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문화컴퍼니는 24일 오후 7시30분, 25일 오후 3시 공연일번지에서 연극 ‘올드맨’을 무대에 올린다. 사진 제공=희망문화컴퍼니

웃음과 서늘함, 침묵과 질문이 교차하는 무대가 지역 곳곳에서 펼쳐진다. 사진은 한국연극배우협회 광주시지회가 선보일 제21회 정기공연 ‘오해’ 연습 현장. 사진 제공=한국연극배우협회 광주시지회
먼저 한국연극배우협회 광주시지회(회장 이솔)는 23일과 24일 오후 7시 30분, 25일 오후 2시 예술극장 통에서 제21회 정기공연 ‘오해’를 선보인다.
알베르 카뮈의 대표 희곡 ‘오해’는 1943년 집필해 이듬해 발표한 희곡이다. 유럽의 한 마을에 25년 만에 부자가 돼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온 얀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한 채 어머니와 누이동생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을 그린다.
카뮈는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소통의 부재, 말하지 못한 진실이 불러오는 파국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연출은 지난해 서울연극제 자유경연작 부문 대상과 연출상을 받은 최재성 연출이 맡는다. 그는 ‘오해’를 단순한 가족 비극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단절과 침묵, 흔들리는 인간의 삶을 비추는 이야기로 재해석한다.
무대 위에서는 라이브 첼로 연주가 선사된다. 첼리스트 이소연이 배우의 호흡과 함께 작품 속 긴장과 침묵, 인물들의 심리를 깊이 표현한다.
어머니 역은 문진희·정경아, 마르타 역은 최현정·진소연, 얀 역은 김장준, 얀의 아내 마리아 역은 이솔이 각각 맡는다.

스웜프 컴퍼니는 24일 오후 7시 30분, 25일 오후 3시와 7시 보성군문화예술회관에서 창작연극 ‘단피몽두전: 유외부오의 변’을 초연한다. 사진 제공=스웜프 컴퍼니

‘단피몽두전’은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에 기록된 짧은 사료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한 스웜프 컴퍼니의 두 번째 창작연극이다. 성종실록에 실린 구례의 백정 박석로가 보성의 한 부잣집 하늘에서 내려온 거인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려 화순에서 체포됐다는 기록에서 착안했다. 박석로가 목격했다고 주장한 괴물 ‘단피몽두’의 형상은 마치 헬멧을 쓴 현대의 우주인을 연상케 하는 가운데 스웜프 컴퍼니는 보고서처럼 건조하게 남은 이 몇 줄의 기록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감각적인 블랙코미디로 재구성했다.
작품은 하나의 목격담이 다양한 인물의 욕망과 뒤엉키며 새로운 이야기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민간 구원의 신화가 탄생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검증 없이 사실이 돼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오늘날 가짜뉴스의 본질을 조선시대라는 무대에 비춘다.
전남문화재단 지역특화콘텐츠개발 지원을 통해 제작된 이번 작품은 지역 청년 창작자들이 주축이 돼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 자산을 대중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봉판술, 연출은 송한울이 맡았다. 이재룡, 김도현, 김현경, 전근호, 주현지, 고찬유가 무대에 오른다.

스웜프 컴퍼니의 창작연극 ‘단피몽두전: 유외부오의 변’. 사진 제공=스웜프 컴퍼니

한국연극배우협회 광주시지회는 23일과 24일 오후 7시 30분, 25일 오후 2시 예술극장 통에서 제21회 정기공연 ‘오해’를 선보인다. 사진 제공=한국연극배우협회 광주시지회
광주문화재단 창작공간프로그램사업의 지원을 받아 마련된 이번 무대는 웃음 뒤 감춰진 삶을 이야기한다. 원제 ‘늙은 코미디언 이야기’로, 고령화 사회 속 노인 문제와 인간의 존엄을 들여다본다.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기 어려운 현실,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질병과 굶주림, 소외 속에 놓이는 문제를 무대 위에 있는 그대로 펼친다.
작품은 ‘한없이 내어주고도 더 줄 것이 없어 가슴 아파하는 세대의 아버지들은 과연 행복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들이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과 공간, 감정들을 통해 노년의 삶을 들여다보고 삶의 본질을 묻는다.
아픔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허동팔과 젊은 시절을 흘려보낸 뒤 만나지 못한 딸을 찾아 헤매는 천영태가 주인공이다. 과거 악극단에서 코미디를 하던 공통점을 가진 두 사람이 고가도로 밑에서 함께 살며 각자의 고통과 상처를 견딘다. 그러던 어느 날 천영태가 밤무대에서 춤을 추다 넘어져 해고를 당하면서 삶이 다시 흔들리게 된다. 여기에 도시계획에 따른 철거 위기와 여자 가수 휘트니의 등장이 겹치며, 작품은 노년의 소외와 기다림, 무대에 대한 갈망을 아프게 비춘다.
극작은 조수연, 연출은 박규상, 프로듀서는 임준형이 맡고, 정관섭과 임홍석이 기획에 참여했다. 한중곤, 윤희철, 정은희, 박지연이 출연한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