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이승홍 산업경제부 부장
입력 : 2026. 07. 20(월)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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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에는 수십 종의 악기가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 플루트와 호른은 저마다 다른 음색을 낸다. 뛰어난 연주자들이 모였다고 해서 아름다운 연주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엮는 것은 결국 지휘자의 몫이다. 어느 파트를 앞세우고 어디에 무게를 둘지 조율하지 못하면 연주는 이내 소음이 된다.

통합 행정도 마찬가지다. 두 조직이 하나가 되는 과정은 악기를 하나 더 얹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일이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인사체계, 업무방식, 이해관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더 큰 악기인지가 아니라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첫 조직개편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무안·동부 3개 청사의 기능 배치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8월 초 예정됐던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조직개편안은 시의회 임시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청사마다 입장이 다른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무안에서는 기관 유지 기능이 광주에 집중되면 권한과 인사도 함께 이동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에서는 행정 효율성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핵심 기능은 한곳에 모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 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

문제는 논쟁이 길어질수록 행정도 함께 멈춘다는 점이다.

조직개편이 늦어지면 인사도 늦어진다. 인사가 늦어지면 조직은 과도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공무원들은 자신의 업무와 근무지가 어떻게 바뀔지 알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공공기관 통합, 행정통합 후속 과제처럼 속도를 내야 할 현안도 자연스럽게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행정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예산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을 잃으면 정책도 기회를 잃는다. 출범 초기의 혼선은 있을 수 있지만, 혼선이 길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조직개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원칙과 설명, 그리고 결단이다. 조직이 하루빨리 안정돼야 시민들이 통합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통합 초기의 리더십은 갈등을 피하는 데 있지 않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율하고 책임 있게 결론을 내리는 데 있다. 지금 시민들이 기다리는 것은 청사 간 불협화음이 아니라 통합 행정이 만들어낼 첫 화음이다.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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