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의롭고 당당한 ‘광주학생 육성’ 제언
김용태 노무현재단 광주시민학교장
입력 : 2025. 09. 22(월) 15:20
본문 음성 듣기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에는 큰 위기가 닥쳤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이른바 친위쿠데타를 자행하였다. 내란 세력은 헌법 77조에 규정된 대통령 권한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의회 다수당이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라고 볼 수 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 늦은 시간에 국회의원이 모여 계엄 해제 의결을 한 이면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국회 담을 넘어 들어간 국회의원들, 국회에 진입하려는 군인들을 저지하려 한 시민들의 행동은 계엄을 막은 가장 큰 힘이었다. 또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감지하고, 국회 진입을 태만히 하는 한편 상부 지시를 따르지 않은 계엄군들의 민주시민의식도 역할을 하였다.

흔히들, ‘5월의 영령들이 오늘의 산자들을 구했다.’라고 한다. 1980년 5월, 광주는 계엄령의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정의를 향한 시민들의 항거는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었고, 그 정신이 오늘까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5·18 이후에도 탄핵이라는 또 다른 시대적 분수령을 지나며, 대한민국은 진보와 후퇴를 반복했지만, 그 중심에는 늘 깨어있는 시민과 청년들이 있었다.

작금의 상황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선배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해낸 광주정신을 경험으로만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다음 세대가 그 정신을 계승하고 더욱 확장할 수 있도록 실천적 기반을 마련할 것인가 말이다.

광주정신을 실천하는 정의롭고 당당한 광주학생을 육성한다는 것은 단지 학교교육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다. 그것은 민주주의 역사에 대한 감수성과 공동체적 책임의식을 심화시키고, 비판적 사고와 참여적 시민성을 갖춘 미래 인재를 기르는 일일 것이다.

먼저 지역 정체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광주정신은 단지 과거의 희생이 아닌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자 내일을 여는 나침반이다. 학생들이 지역의 아픈 역사와 자랑스러운 저항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사회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5·18교과서가 마련되어 있어도 지역 내에 해당 교과를 선택해서 듣는 학교가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에 대한 교육 당국의 실현 의지를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둘째, 실천적 시민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 학생 스스로 지역사회 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학문으로서 민주주의가 아니라 삶으로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학교와 지역 단체, 시민사회가 협력하여 체험 중심의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역사적 의미 뿐만 아니라 오늘의 삶에 포함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셋째, 정의에 민감한 감수성을 키우는 문화가 필요하다. 몇몇 정치인의 갈라치기에 선동되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감수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토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학교 문화 정립이 정의로운 광주 청년을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 지역의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광주 정신은 박제된 기념비가 아니다. 도시의 이름이 하나의 ‘정신’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 도시의 커다란 자랑거리이다. 그 정신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힘이 된다. 계엄과 탄핵을 넘어선 광주의 다음 세대는, 단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을 넘어, 정의를 실천하고 담대하게 세상을 바꾸는 시민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 길의 출발은 교실이며, 광주의 교육이 그 씨앗이 되어야 한다.
광남일보@gwangnam.co.kr
기고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