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눈에도 살기좋은 도시 ‘광주’
이영동 광주시 여성가족국장
입력 : 2025. 02. 24(월) 18:34
이영동 광주시 여성가족국장
[기고]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예측한 2024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0.74명, 지난해 23만명 가량 태어났는데 이 추세가 계속되면 한 세대 후 출생아 수는 8만명 정도 될 것이고, 그 다음 세대는 3만명 가량일 것이다.

두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87% 줄어든다. 소아과, 산부인과, 학교가 하나 둘 문을 닫았다. 농촌과 산업현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멈출 수밖에 없다. 군대에 갈 청년이 없어 신병교육대도 문을 닫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 용병에게 국방을 맡겨야 하는 걸까?

인구 감소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심지어 14억 명이 산다는 중국마저 합계출산율이 1.0까지 떨어져 비상이라고 한다.

생활 수준 향상과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출산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고, 많은 나라에서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저출생이 전 세계적인 문제일 것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훌쩍 넘어 인구과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유엔은 세계 인구가 2080년에는 100억 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구과잉 문제와 인구절벽 문제가 공존하는 아이러니다.

국가 소멸이 걱정되는 냉혹한 현실에서 우리시는 어떻게든 출산율을 회복시키고자 47개 사업에 2818억원을 투입하여 임신·출생부터 양육·돌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을 시행한다.

특히 올해는 출생가정에 50만원의 출생축하 상생카드를 지원할 계획이며, 우리 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육아휴직 업무대행 수당지급은 국가정책이 되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초등학부모가 10시에 출근하도록 ‘지각장려금’을 지원하고 여성 자영업자에게 임신·출산 대체 인건비를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앞으로도 더욱 세심한 정책과 더많은 투자를 하겠지만 출산율이 인구 유지가 가능한 2.1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여기서 더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이대로 축소 사회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국외로부터 인구를 받아들여 사회를 유지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실 많은 선진국이 이민수용을 통해 인구를 유지하고 경제의 활력을 더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민자들 위주로 축구대표팀을 구성해서 월드컵에서 우승했으며, 미국은 남아공에서 태어난 일론 머스크, 대만 출신 젠슨 황, 러시아 출신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한 많은 이민자들이 경제를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실리콘밸리 기업 절반가량은 이민자가 세웠다고 한다. 미국이 국경을 열지 않았다면 테슬라, 엔비디아, 구글, 애플은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당장 국경을 활짝 열자는 말은 아니다.

이민을 수용하기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예상되는 부작용에 따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외국인이 큰 불편 없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포용도시’를 지향하는 우리시는 광주를 찾아온 46,859명의 외국인주민과 동행하고자 2023년 광역시 최초로 외국인주민 전담부서를 만들었고, 작년에 ‘광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개소하여 통역, 법률·인권·체류상담, 한국어교육, 문화교류 등 지역 정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언어장벽으로 인해 아프고 싶어도 아플 수 없었던 외국인주민을 위해 작년부터 의료통·번역 서비스를 시작했고 ‘외국인주민 친화병원’ 20개소를 지정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에는 우리 시의 특색에 맞는 광주형 광역비자 도입을 검토하는 등 우수한 외국인력을 유치할 방법을 고심 중이다. 이러한 노력이 조금씩 더해진다면 언젠가 제2의 일론 머스크, 젠슨 황이 광주를 주목할지도 모른다. 외국인의 눈에 살기 좋은 도시라면 틀림없이 내국인에게도 아이 낳아 키우고 싶은 도시일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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