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제 '봄'이다
양동민 정치부장
입력 : 2025. 04. 06(일) 17:52

이제 봄이다. 긴 겨울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부터 123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론을 내릴 때까지 지난 넉 달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 겨울은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국민을 ‘적’으로 여겨 ‘제거’하려 치밀하게 계획된 내란을 저지른 자에게 국군통수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위헌이자 불법인 내란을 정당화하려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준 선거에 ‘부정 선거’ 낙인을 찍어 민주주의 기본 전제도 흔들려 했던 자는 파면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때까지 기나긴 겨울을 보냈다.
광장을 지킨 시민은 긴 겨울 동안 눈과 비, 그리고 차디찬 바람만 견뎌야 했던 것은 아니다. 100여 일 전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함께 슬퍼했고, 거친 바람을 맞으면서도 꺼지지 않는 산불에 애를 태우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헌재는 지난 4일 오전 11시22분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해 파면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는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됐고, 그가 지난해 12월 3일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만이다. 2022년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060일 만에 막을 내렸다.
헌재는 쟁점에 단호했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모든 사항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행위라고 해도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엄이 단시간에 해제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한 것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유지하면서 했기 때문에 소추 사유의 변경·철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통령 지위를 탈취하기 위해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주장 역시 인용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고 군인·경찰 투입으로 국회 권한 행사를 방해한 점도 인정했다. 포고령은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했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보내 헌법기관 독립성을 저해했고, 법조인 체포 목적으로 위치 확인을 시도해 사법권 독립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 모든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파면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파면으로 빚어지는 국가적 손실보다 크다고 일침했다.
이를 두고 재판관들이 개인을 향한 인식 공격성 비난을 감내하고 속단의 유혹을 이겨내며 이룬 명쾌한 결정이다. 사회적 분열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광장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탄핵 선고를 지켜본 시민들은 탄핵 정국이 끝났다는 기쁨과 동시에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로 촉발된 5·18 민주화운동을 목격한 광주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 모인 2500여명(주최 추산)의 시민들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는 순간 시민들은 “파면이다!”, “와, 탄핵!”이라며 짧은 함성과 함께 서로를 얼싸안거나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선고는 위대한 대한국민의 승리임에도 우리가 속한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 지 민낯을 드러냈다.
우리의 민주공화국 정체는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 하나로 뒤집힐 수 있을 만큼 취약함을 드러냈고, 국가위기에서도 정치는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갈등의 증폭자 역할만 했다.
지방 정부도 어려움을 겪기는 별반다르지 않다.
인공지능 대표도시, 국립의과 대학 신설 등 광주시와 전남도가 그간 공들인 주요 사업들은 물론, 윤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이 대통령 파면으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제 할 일은 분명하다.
새로운 국가 리더십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오는 6월 3일이 유력한 대통령선거일로 예상된다. 정부는 탄핵심판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대선을 차질없이 준비해야 하겠다.
무엇보다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상황에서 ‘매번 땅만 뒤엎는’ 일을 반복만 할 것인가.
봄철 누군가는 땅을 일구고, 누군가는 씨를 뿌리고, 또 다른 누군가 수확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사람과 정권은 달라도 정책 연속성과 일관성 있는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부터 123일 만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론을 내릴 때까지 지난 넉 달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 겨울은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국민을 ‘적’으로 여겨 ‘제거’하려 치밀하게 계획된 내란을 저지른 자에게 국군통수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위헌이자 불법인 내란을 정당화하려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해 준 선거에 ‘부정 선거’ 낙인을 찍어 민주주의 기본 전제도 흔들려 했던 자는 파면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때까지 기나긴 겨울을 보냈다.
광장을 지킨 시민은 긴 겨울 동안 눈과 비, 그리고 차디찬 바람만 견뎌야 했던 것은 아니다. 100여 일 전 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함께 슬퍼했고, 거친 바람을 맞으면서도 꺼지지 않는 산불에 애를 태우며 불면의 밤을 보냈다.
헌재는 지난 4일 오전 11시22분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해 파면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는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됐고, 그가 지난해 12월 3일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만이다. 2022년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060일 만에 막을 내렸다.
헌재는 쟁점에 단호했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모든 사항을 인정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는 행위라고 해도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엄이 단시간에 해제돼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한 것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유지하면서 했기 때문에 소추 사유의 변경·철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통령 지위를 탈취하기 위해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주장 역시 인용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고 군인·경찰 투입으로 국회 권한 행사를 방해한 점도 인정했다. 포고령은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했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보내 헌법기관 독립성을 저해했고, 법조인 체포 목적으로 위치 확인을 시도해 사법권 독립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 모든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파면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다.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이익이 파면으로 빚어지는 국가적 손실보다 크다고 일침했다.
이를 두고 재판관들이 개인을 향한 인식 공격성 비난을 감내하고 속단의 유혹을 이겨내며 이룬 명쾌한 결정이다. 사회적 분열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광장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탄핵 선고를 지켜본 시민들은 탄핵 정국이 끝났다는 기쁨과 동시에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980년 5·17 비상계엄 확대로 촉발된 5·18 민주화운동을 목격한 광주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 모인 2500여명(주최 추산)의 시민들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는 순간 시민들은 “파면이다!”, “와, 탄핵!”이라며 짧은 함성과 함께 서로를 얼싸안거나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선고는 위대한 대한국민의 승리임에도 우리가 속한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 지 민낯을 드러냈다.
우리의 민주공화국 정체는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 하나로 뒤집힐 수 있을 만큼 취약함을 드러냈고, 국가위기에서도 정치는 문제의 해결자가 아니라 갈등의 증폭자 역할만 했다.
지방 정부도 어려움을 겪기는 별반다르지 않다.
인공지능 대표도시, 국립의과 대학 신설 등 광주시와 전남도가 그간 공들인 주요 사업들은 물론, 윤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이 대통령 파면으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이제 할 일은 분명하다.
새로운 국가 리더십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오는 6월 3일이 유력한 대통령선거일로 예상된다. 정부는 탄핵심판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대선을 차질없이 준비해야 하겠다.
무엇보다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상황에서 ‘매번 땅만 뒤엎는’ 일을 반복만 할 것인가.
봄철 누군가는 땅을 일구고, 누군가는 씨를 뿌리고, 또 다른 누군가 수확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사람과 정권은 달라도 정책 연속성과 일관성 있는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
양동민 기자 yang00@gwangn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