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께 뛰는 땀방울, 자신감의 꽃망울
한상득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수석부회장
입력 : 2025. 06. 01(일) 18:44
한상득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수석부회장.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성과

지난 5월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경상남도 김해 일대에서 장애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인 ‘제19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장애학생체전에는 지체장애, 시각장애, 지적(발달)장애, 청각장애, 뇌병변장애 등 5개 장애 유형의 선수단 총 4165명(선수 1926명, 임원·관계자 2239명)이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다. 17개 시도 선수들은 초등학교부, 중학교부, 고등학교부로 나눠 패럴림픽과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종목으로 구성된 골볼, 보치아, 수영, 육상, 탁구 등 5개의 육성종목과 생활체육 저변확대를 목표로 하는 농구, 디스크골프, e스포츠, 슐런 등 11개 보급종목 그리고 1개의 전시종목인 쇼다운 종목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광주선수단은 육상, 역도 등 11개 종목에 총 123명(선수 76명, 감독·코치 23명, 임원·관계자 24명)이 참가해 금메달 16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8개 등 총 4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지난 제18회 대회(금 16·은 12·동 10개) 보다 총 메달 개수가 8개 늘어난 수치다. 광주선수단은 역도 김유나(선예학교 중1)가 여자-60㎏급 지적 OPEN 중등부 스쿼트, 데드리프트, 파워리프트 종합에서 각각 금메달을 획득하며 3관왕에 올랐다. 육상 여자 100m·200m(청각)의 김유은(광주선우학교 고1)과 여자 200m·400m(지적)의 이가은(광주선명학교 고2), 배드민턴 남자단식·혼합복식(지적)의 송형우(광주선광학교 고2), 조정 여자 1000m 타임레이스 PR3-ID OPEN 혼성 1000m 타임레이스 PR3-ID OPEN(지적)의 문가영(광주자연과학고 고3)은 대회 2관왕을 달성했다. 종목별로는 단체종목인 지적축구팀(선예학교)와 지적농구팀(선예학교·풍암고·상무고)이 참가하여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딛었고, 배드민턴은 금 2개와 동 2개 등 총 4개의 메달을 획득, 조정도 금 2개, 은 1개, 동 1개 등 총 4개의 메달을 차지하며 두 종목 모두 종목 종합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장애학생체육의 필요성과 지원 현황

광주는 현재 2024년 3월 개교한 선예학교를 포함해 6개 특수학교가 있다. 광주세광학교는 시각장애, 광주은혜학교는 뇌병변 장애, 광주선우학교 지적-청각장애 나머지 광주선광학교, 광주선명학교, 광주선예학교는 지적-정서장애 학생들 중심으로 277개 학급에 1413명의 학생이 재학 중에 있다. 특수학교 외에 일반학교에도 2122명의 장애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에게 체육활동의 중요성은 늘 강조돼 왔으나 지금도 많이 부족한 상태다. 장애학생 체육은 장애학생들의 건강 유지 및 증진, 사회적 지지 강화, 긍정적 자아개념 형성, 건전한 여가 선용, 신체 기능 증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장애학생 체육 활성화를 위해서 광주광역시교육청과 광주광역시장애인체육회는 협업과 역할 분담을 통해서 많은 장애학생이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장애학생과 비장애인학생 체육을 한 부서에서 지원함으로써 전문성과 형평성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광주광역시교육감배장애학생체육대회 개최,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참가지원, 6개 특수학교 운동부 운영, 장애학생전용 육상경기장 조성 등 장애학생체육 활성화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또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17년 7개 종목 82명의 선수로 구성된 5개 특수학교 운동부 창단을 지원하며, 본격적으로 장애학생 체육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매년 학교별로 운동부 육성비 1000만원을 지원함으로써 지금의 광주장애인체육의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됐다. 광주광역시 장애인 선수단은 2024년에 개최된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경기, 서울, 경남(개최지), 충북에 이어서 종합순위 5위를 달성했다. 광주는 참가 규모가 17개 시도 중에서 12번째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종합순위 5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뒀다. 장애인 인구 규모와 여러 환경적 측면이 넉넉한 형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이유가 있다. 광주광역시의 재정지원과 장애인전용체육시설 구축(광주광역시장애인국민체육센터·북구반다비체육센터·남구반다비체육센터)과 더불어 광주광역시교육청이 뿌린 장애학생 운동선수들의 씨앗이 제자리를 잡음으로써 오늘의 결과를 이끌었다고 본다. 그 결과 광주세광학교 육상부 출신의 김천천·김지혜·김선정 육상 3남매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를 거쳐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선수로 성장해 3남매 모두가 3관왕을 달성하며 대한민국 장애인육상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상무고 출신의 육상 정지송 선수 역시 투포환 국가대표로 성장해 대한민국 최초로 패럴림픽 투포환 종목에 참가하는 새 역사를 쓰면서‘2024 파리패럴림픽’에 참가했다. 2022년 취임한 이정선 광주광역시교육감은 장애학생 육상선수들의 열악한 운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2024년 광산구 본량중학교 운동장을 개보수하여 장애학생선수들의 투척 전용훈련장 조성에 앞장섰다. 이런 투자덕분에 지난 4월 전북 익산시에서 개최된 제6회 전국장애인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광주광역시장애인육상연맹이 종합우승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한편 이 교육감은 최근 2026년에는 트랙을 추가로 설치해 명실상부 광주 장애학생 육상전용훈련장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하며, 장애학생체육 선수·학부모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다.



△학교밖 장애학생 체육활동 ‘장애인형 공공스포츠 클럽’

2021년 스포츠클럽법 제정으로 비장애인 체육분야는 스포츠클럽 중심의 스포츠 활동이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클럽법 제10조(지정스포츠클럽의 지원)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일정 요건을 갖춘 스포츠클럽을 ‘지정스포츠클럽’으로 지정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지정스포츠클럽은 지역사회 내에서 정기적인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해당 지자체에 등록하고, 운영하는 클럽으로 스포츠를 즐기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편 광주는 2019년 대한장애인체육회 공모사업에 선정돼 현재까지 장애인형 공공스포츠클럽을 운영 중에 있다. 광주는 타시도보다 먼저 장애인형 스포츠클럽을 시작했고,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올곧이 스포츠클럽 운영을 담당하는 사무국장을 배치해 지도자 배치와 참여자 모집 홍보, 프로그램 운영 등을 수요자 욕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배드민턴, 수영, 탁구, 파크골프 총 4개 종목에 10개 교실을 운영하며 생활체육 참여자 180명과 전문체육선수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배드민턴의 경우 전문체육선수반 출신으로 먼저 2022년에 국가대표로 선발돼 ‘2022 항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했던 이정수는 전대사대부고를 거쳐 현재는 한국체육대학으로 진학해 재학중에 있다. 이정수의 뒤를 잇고 있는 이승후(전대사대부고 1학년) 또한 2025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됐고, 첫 참가한 국제대회인 ‘2025 국제 바레인 파라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두 선수 모두 ‘2028 LA패럴림픽’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두 선수의 영향으로 광주장애인 배드민턴은 장애학생 선수들로 붐이 불고 있다. 배드민턴의 경우 선수반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들이 하교 후 부모님과 함께 하는 평일 오후와 토·일요일에 이뤄지는 가족반 배드민턴 교실 운영을 통해서 장애학생들의 건강증진과 더불어 부모님들의 자녀에 대한 이해와 돌봄 스트레스 해소,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부모님들간의 소통창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수영 또한 주말반 운영을 통해서 장애학생들이 시간적 여유와 2022년 전국 최초로 건립된 북구반다비체육센터의 쾌적한 시설에서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 적극 활용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문화체육관광부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추진하는 복지사업으로 장애인의 스포츠 참여기회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선정된 장애인이 가맹 스포츠시설에서 스포츠 강좌를 수강할 때 매월 11만원의 수강료를 12개월간 지원받을 수 있다. 매년 11월경 온라인과 오프라인(거주지 구청 또는 동 행정복지센터 방문)을 통해서 신청가능하며 지원대상은 기초생활수급가구(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및 차상위 계층 등록 장애인 중 만12세~64세 장애인이다. 2025년 4월말 기준 광주광역시 5개구의 가맹시설 현황은 동구지역은 34개 가맹점(12개 종목), 서구지역은 92개 가맹점(18개 종목), 남구지역은 73개 가맹점(18개 종목), 북구지역은 128개 가맹점(16개 종목), 광산구지역은 130개 가맹점(20개 종목)이 시설 등록을 완료했다. 태권도, 합기도 등 도장종목을 비롯해 탁구, 수영, 줄넘기 등 다양한 생활체육 선호 종목 등이 운영된다. ‘장애인 스포츠강좌 이용권’은 11만원 내에서 중복 신청이 가능하며 연간 최대 132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25년에는 전국적으로 약 2만5000여명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학생들이 학교의 체육활동 외에 본인이 선호하는 종목을 경제적 부담 없이 전문가들에게 지도를 받으며 스포츠를 즐기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제도로 장애학생들의 체육 활성화를 위해서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장애인체육선수’라는 미래의 직업

기업의 사회적 의무이행이 시대적 화두이다. 모든 기업이 ESG 경영목표를 설정해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서 50인 이상의 기업은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 고용토록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경우 전체 근로자 수의 3.1%,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은 3.8%를 장애인으로 의무고용 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ESG 경영실적이 곧 기업의 경쟁력의 지표가 되기 때문에는 좋은 기업 이미지 마케팅을 위해서 장애인 고용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채용하고자 하는 직무에 적합한 경쟁력 있는 장애 당사자 구인의 문제와 여러 장애 편의시설을 갖추는 비용적 문제 등으로 선뜻 장애인 고용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직무분야를 확대해 문화·예술·체육분야까지 직무 범위를 확대 허용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장애인선수로 등록된 전문체육선수들이 체육활동을 근로로 인정받아‘장애인체육선수’로 직업을 갖게 됐다. 비장애인 청년들에게 취업이 인생이 걸린 최대의 숙제인 것처럼 학교를 졸업한 장애청년들은 그보다 더 치열한 취업전쟁에 내몰리게 된다. 체육활동이 취업과 연계된다면 장애청년들의 취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기업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달성할 수 있다. 현재 장애인체육의 활성화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 등으로 장애인실업팀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많이 창단되고 있어 유능한 장애학생 체육선수들은 좋은 조건의 대우를 받으며 실업팀으로 취업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실업팀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장애인체육선수라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2025년 5월까지 광주광역시장애인체육회는 한국전력공사, 한전KPS, 전남대산학협력단, 조선대산학협력단, 한국광기술원, 한국알프스 등 6개 공공 및 민간기업에 장애인체육선수 80명의 취업을 연계하여 관리·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애학생선수의 활동 이력을 가지고 취업에 성공하여 ‘장애인체육선수’라는 직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의 ‘건강권’

앞서 언급했듯 광주는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교육청 등의 지원으로 최근 장애인체육분야는 상당한 성과들을 달성했다. 그럼에도 농부가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내 정성을 다한 보살핌 끝에 비로소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는 자연의 이치처럼 장애학생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자칫 비장애학생들 중심의 체육활동으로 장애학생들이 배제되고 있지는 않는지? 장애학생의 다양한 욕구에 맞은 체육서비스는 지원되고 있는지? 혹여 경제적 이유로 체육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장애학생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장애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해서 장애학생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개별 욕구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강사 지원 등이 동반돼야 한다. 장애학생들이 학창시절 다양한 체육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평생체육으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서 당당하고 건강한 민주시민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의 구호는 ‘함께 뛰는 땀방울, 자신감의 꽃망울’이다. 장애학생 모두가 자신의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서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교육청을 비롯한 모든 기관은 앞으로도 운동하기 좋은 사회통합형 체육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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