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발행 계간 ‘문학들’ 창간 20년 맞았다
2005년 가을호로 첫선 한번도 거르지 않고 발행
매번 눈에 띄는 특집 등 눈길…7월말 출판기념회
편집위원 젊은 세대로 교체 가을호부터 ‘혁신호’
입력 : 2025. 06. 02(월) 00:23
광주를 연고로 발행돼 전국 문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계간 ‘문학들’(발행인 송광룡)이 2005년 가을호로 창간된 뒤 20년만에 통권 80호(여름호)를 맞았다.

여름호로 80번째권을 펴낸 계간 ‘문학들’은 삶과 문학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편집 방향을 고수해온 가운데 침체된 지역문단을 활성화하고 첨예한 문학담론들을 정립하면서 열악한 창작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하게 문인으로서의 삶을 다해온 작가들의 문학작품들을 소개해 지역은 물론 한국 문단의 주목받는 문예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문학들은 5·18민중항쟁을 키워드로하는 오월문학과 진보문학의 기치를 조명하면서 여성과 어린이, 성소수자 등 소외받은 사람들과 현시대 소수자들의 삶을 함께 나누는 기획 등 눈에 띄는 특집과 기획을 통한 지면을 아낌없이 배정해 문학의 지향성을 설파해왔으며 문광부 우수문예지로 다수 선정되는 등 문예지로서 위상을 굳건하게 구축해 왔다. 구독여건 등이 악화돼 문예지를 펴낼 수 있는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단 한 호도 빠뜨리지 않고 출간, 문예지로서 소임을 다해 왔다.

더욱이 12·3비상계엄으로 인해 정국의 혼란이 장기화됐고, 그로 인한 민주주의 체제 불안 증폭 및 소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골목상권의 붕괴 등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사에 여전히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문학들은 이번 여름호에서 특집으로 시의적절하게 ‘계엄 이후의 문학’으로 잡았다. 이 특집은 아무것도 달라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현실 속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 속에서 이번에는 상처가 어떻게 치유될 것인지, 또 이렇게 쌓인 감정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서 마련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계엄 이후의 문학’에는 서동진의 ‘정치와 반정치, 비정치: 내란 정국의 정치를 생각한다’와 권김현영의 ‘촛불에서 응원봉으로의 상징 전환: 사물, 장소, 주체의 변화’가 실렸다. 서동진은 ‘정치와 반정치, 비정치: 내란 정국의 정치를 생각한다’를 통해 “찰나의 현실로 존재하다 사라”진 괴담 같은 계엄과 헌재의 대통령 파면 선고를 돌아보며 우리가 지금 어떤 정치를 경험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과연 이런 ‘광장의 정치’와 ‘제도의 정치’라는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숨바꼭질”의 종료는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또 “익히 보던 이런 순환”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는가를 묻고, 포악한 정치 세력을 몰아낸 ‘우리의 투쟁’을 그저 ‘민주주의의 승리로 자축’하는 것에 경계하며 지난 기간 우리의 ‘정치적 경험’이 정말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지 되짚어 내고자 한다.

권김현영은 ‘촛불에서 응원봉으로의 상징 전환: 사물, 장소, 주체의 변화’를 통해 ‘광장’의 주역으로서의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2008년 촛불집회, 2016년의 탄핵광장, 그리고 2024년 또 한 번의 탄핵광장의 온전한 주체로서 여성들의 고투들을 세세히 살핀다. 2024년 탄핵광장의 주요 전환적 장면은 ‘상징의 변화, 주체 위치의 변화, 구도의 변화, 장소성의 변화’다. 촛불에서 응원봉으로 상징이 변화했는데 이는 응원봉이 단순히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도구가 아닌 저항의 표식으로 전환됐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페미니스트들이 무대 아래가 아닌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됐고, 기존 운동 단체의 깃발과 개인 참가자들이 만들어 온 깃발이 섞이면서 운동권과 일반 시민 간의 대립적 프레임이 완화됐다. 그리고 이번 탄핵광장은 전국 지역에서 각자의 거점 속에서 이뤄짐으로써 광화문과 여의도 광장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목소리들이 쏟아졌다고 밝힌다.

독자들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장소들’에는 광주에서 ‘기역책방’의 책방지기인 송기역 작가의 ‘금남로, 소년이 오는 거리에서’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기역책방’을 본진으로 해 맺어진 작가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인근의 음악감상실까지, 여러 장소들을 촘촘히 잇는다.

‘뉴광주리뷰’에서는 김주선 비평가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계간 ‘문학들’에 대해 회고하며 “창간 최초의 다짐인 소문자 문학, 다양성, (탈)지역성은 끝까지 품고 가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한다.

특집과 뉴광주리뷰, 장소들 외에 시와 소설, 이야기들, 비평, 리뷰, 5·18문학상 수상작 등 다채로운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한편 올해 5·18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는 한정현의 ‘쿄코와 쿄지’(2023년 문학과지성사 간)가 선정됐고, 신인상 수상작으로는 시 부문의 조모현의 ‘꽃잎 속의 총구’, 소설 부문의 최현숙(필명 최현무)의 ‘판 후이를 위하여’, 아동문학 부문의 박정희의 ‘긴긴밤 여우고개’ 등이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상식은 24일 ‘오월문학제’ 때 진행된 바 있다.

송광룡 발행인은 창간 20년과 관련해 "오는 7월말 출판기념회를 겸한 행사를 열 예정이다. 뜻있는 문인들과 함께 그 의미를 되새겨볼까 한다. 출판회를 겸한 행사는 문학들이 걸어온 지난 20년의 시간들을 회고해보고 문학들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창간 20년을 맞은 만큼 제81호인 가을호부터 편집위원을 젊은 세대로 교체하는 한편, 기존 해왔던 편집틀을 바꿔 혁신호를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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