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미워도 다시 한 번
장승기 정치부 부국장
입력 : 2025. 05. 18(일) 15:27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지역 도심은 온통 ‘파란 물결’이다. 이른 아침 출근부터 퇴근시간은 물론이고 주말이나 휴일, 도심 어느 곳을 가더라도 파란 점퍼를 입은 선거운동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지역에서 역대 최고의 투표율과 득표율 달성을 위해 조직과 인력을 총동원하면서다.

민주당 광주시·전남도 선거대책위원회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2일 선대위 출정식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역 득표율 목표를 ‘90% 이상’으로 설정했다. 투표율 목표도 지난 20대 대선보다 5%p 높은 85%로 제시했다.

여기에 지자체도 대통령선거 투표 참여를 높이기 위해 동참하고 나섰다. 민주당 소속인 광주시장을 비롯해 5개 구청장과 교육감 등은 이번 대선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인 92.5%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들 단체장은 지난 12일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에서 역대 최고 투표율 92.5%를 향해 힘껏 달리겠다”며 1987년 직선제 이후 첫 투표율인 92.4%보다 높은 투표율을 목표로 세웠다.

이처럼 민주당 일색인 지역 정치권이 ‘투표·득표율 독려’ 행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물론 정치인이나 단체장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차기 정치 행보에 대한 ‘치적쌓기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는 호남의 정치적 위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호남 민심의 확고한 결집으로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고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갈수록 약해지고 존재감마저 미약해지고 있는 호남의 정치적 위상과 지역 경제의 수준을 텃밭인 민주당 후보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승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진보 진영의 핵심 지지 기반인 광주·전남 대선 득표율이 역대 대선처럼 90%를 넘을 지는 확실하지 않아 보인다. 15대와 16대 대선에서는 김대중·노무현 후보가 90%가 넘는 몰표를 받았고, 18대 문재인 후보도 90%(광주 91.97%, 전남 89.28%)의 표를 얻었다.

이는 그동안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호남 홀대에 대한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정권 연장에 실패한 데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무책임한 행태 등에 지역민의 실망감은 컸다.

또 민주당은 호남 내 일당독점의 기득권을 누리며, ‘경선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 속에서 원칙없는 꼼수정치와 구태도 버젓이 보여 왔다. 여기에 민주당에 대한 가장 큰 실망감은 오랜 지지에도 불구하고 지역 발전에 대한 실질적인 성과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호남에서 역대 대선 투표처럼 투표 및 득표율을 압도적으로 올리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선 이재명 후보는 영남에 해수부를 이전시키고, 충청에는 대통령실과 국회를 이전해 세종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공헌했다.

하지만 호남지역 공약은 기존 사업 계획을 확대 재생산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전공대 설립과 같은 호남인의 표심을 흔들 만한 획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나마 이 후보는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해 지역의 최대 과제인 광주 군공항 이전, 인공지능(AI) 중심도시 조성 등 지역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지역 정가에서는 광주에 AI(인공지능)총괄 국가기관인 인공지능청 신설, 서남권 메가시티 건설, RE100 전용 에너지자립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 발전을 이끌 매머드급 공약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남부권 메가공동체 조성과 국토개발청 설립, 기후에너지부처 신설, 호남 인사 중용 등의 공약도 바라고 있다.

최근 광주 한 국회의원이 기자들에게 전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이번 대선이 치열한 접전 구도는 아니지만, 우리 호남이 이번 선거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투표이다”면서 “몰표를 해줘야 우리도 무언가 요구하고 바랄 수 있지 않겠느냐”. 이 말을 곱씹어 보면 ‘공짜가 없다’는 거다.

어찌됐든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펼치는 기회인 동시에 투표를 통해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확인하는 기회이다. 이번 선거에 압도적인 투표 참여로 정치적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서 또 다시 기다려 보자. 이번에도 ‘찬밥’, ‘변방’이 된다면 차기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데, 과연 이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광남일보@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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