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세상읽기]‘반값 OO’이 대세인 이유
입력 : 2025. 03. 30(일) 18:03
[김상훈의 세상읽기]‘반값 OO’이 대세인 이유 김상훈 논설실장





#1.

강진군은 지난해 2월부터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지역 화폐로 여행 비용을 지원하는 ‘반값 여행’을 시행했다.

‘반값 여행’은 강진 관외 거주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 비용의 절반을 지역화폐인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관광객의 여행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동시에 돌려준 정산금을 다시 지역에서 소비하게 해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해 마련됐다.

시행 1년이 넘는 현재 반값여행은 국내 최고의 여행 키워드로 부상했다. 하루 평균 300팀 이상이 사전 신청을 하고 290통 이상의 문의전화를 할 정도다.

실제 지난해 반값 여행 참여자는 강진에서 47억원을 소비했고 돌려받은 지원금 22억원을 또 강진 농·특산물 구매 등에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총 69억원을 강진에서 소비해 지역 내 1800개 이상 업체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는 지난해 문제점을 보완해 혜택을 더욱 늘렸다. 운영비와 정산금으로 총 2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존 개인당 최대 5만원이었던 혜택을 10만원으로, 지원 횟수도 개인당 2회에서 4회로 확대했다. 2인 이상은 여행경비의 50% 최대 20만원까지 되돌려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대박이 났다.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82일간 무려 2만4807팀(하루 평균 302팀)이 사전신청을 한 것이다. 또 이 기간 이미 1만3036팀(하루 평균 158팀)이 강진에서 34억6000만원을 소비하고 이중 15억5600만원을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았다.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지난해의 83% 수준의 경제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경남 하동군, 산청군, 완도군 등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도 잇따르고 있다.



#2,

한때 호남지역 최대 상권이자 젊은이들의 성지였던 광주 동구 충장로에는 ‘반값 임대’가 등장했다.

광주시와 동구는 지난 12일 충장로1·2·3가 상인회와 상가 건물주와 함께 ‘반값 임대료 상생 협약식’을 했다.

이날 협약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광주를 대표하는 상권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 중심의 소비 트렌드 변화와 도심공동화 현상 등으로 가게 4곳 중 1곳이 비어 있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장로 상권을 살리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충장로 건물주들은 공실 상가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40~50% 인하된 가격으로 공급, 최소 2년간의 운영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상인회는 충장상권 진입 문턱을 낮추는데 노력하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광주시와 동구도 상가공실 반값 임대 상생모델의 성공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3.

뿐만 아니다.

편의점을 이용한 ‘반값택배’도 인기다. 현재 GS25에서 ‘반값택배’, CU에선 ‘알뜰택배’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택배를 보내거나 찾기 위해서 직접 편의점으로 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기존 택배 가격보다 절반 가량 저렴해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 인천시도 가세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소상공인 반값 택배 지원사업을 시작해 지난 23일 현재 5264개 업체와 계약하고 모두 7만9000여 개의 택배 물량을 발송했다. 이어 5월부터는 국제특급우편(EMS)도 최대 39%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도 4월 1일 수산인의 날을 기념해 다음 달 6일까지 19개 마트와 25개 온라인몰에서 갈치, 고등어, 오징어 등 국산 수산물을 최대 50%까지 반값 할인하는 행사를 연다고 한다

이처럼 지자체와 기업들이 앞다퉈 ‘반값 OO’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암울한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3고시대와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여행만 가고 물건만 구매하는 등 소비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발 관세정책과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불황은 이어지고 있고 소상공인들은 폐업 위기에 몰리게 됐다.

다시 말해 ‘반값 OO’는 현 상황에서 움츠려던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넣어주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얘기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본사칼럼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광남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