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들이 대선공약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광주시와 전남도의 움직임은 적극적이지 않다.

또 민주당 등 각 정당도 3월 초까지 지역 공약을 정리해 중앙당에 제출토록 하고 있으나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의 행보 역시 ‘소걸음’이다.

더욱이 초선 일색인 지역 국회의원들은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와 오피니언 리더 간의 협의나 소통도 미흡해 중요 사업의 예산 차질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지역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오는 25일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이후 73일 만에 마지막 변론이 열리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3월 중순쯤 선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파면이 결정되면 5월 중순에는 대선이 실시된다.

헌재의 두 달 넘게 진행된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르자 각 지자체들도 대선 공약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지역의 숙원사업이나 중요 현안이 대선 공약으로 채택돼야 예산 확보 등이 수월하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지난해 총선 공약과 윤석열 정부에서 실현되지 못한 대형 SOC 및 숙원사업 등을 대선 공약에 반영하기 위해 분주하다.

전북자치도의 경우에는 지난 4일 팀장급 이상 400명이 참석한 간부회의를 통해 미래 먹거리와 대선 공약 발굴을 위한 ‘메가 비전 프로젝트’ 운영 계획 등을 논의했다.

또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북연구원와 도내 14개 시·군 등과 함께 대선 공약 개발에 착수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번 기회에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논리를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광주시와 전남도는 대선 공약 발굴 작업에 착수도 하지 않고 있다. 대선 공약을 준비하는데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는 대선 공약과 관련해 추진단 구성이나 각 실국 과제 발굴 등 기본적인 준비도 시작하지 않고 있고, 전남도 역시 각 실국과 전남연구원 등에 3월 초까지 건의사업을 발굴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지역 국회의원들의 준비도 마찬가지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국민의힘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당내 정책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과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협의체를 가동하는 등 대선 공약 발굴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지역 발전 청사진을 마련하는 작업에 돌입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민주당 중앙당은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에 ‘지역 공약사업들을 정리해 2월 말, 3월 초까지 각각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의 대선 공약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시·도당 역시 3월 초에 공식적인 회동을 갖거나 대선 공약을 정리한 뒤 이를 토대로 차후에 의원들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대선 공약을 준비하려면 가장 먼저 행정기관인 지자체와 사전 조율이 선행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협의를 위한 공식적인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다만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22일 대선 공약과 관련, 광주시장 및 일부 간부들과 만났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고, 사업 내용을 보고하고 검토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지역 국회의원 대부분이 ‘초선 그룹’이어서 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이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지지부진했던 현안사업들이 탄핵 정국을 거쳐 또 다시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이 탄핵 심판 전 대선 공약을 마련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조기 대선이 결정되면 불과 2개월밖에 시간이 없다”며 “여야 대선 공약에 지역 현안이 하나라도 더 담기게 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초선인 데다 지역 현안에 업무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와 자주 만나 소통해야 할 것”이라며 “지역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공약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서로가 힘을 모아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