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광주 금남로가 또다시 두 갈래로 갈라졌다.

23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께 금남로 흥국화재 건물과 전일빌딩 일대에서 극우 성향 유튜버 안정권 GZSS 대표가 주도한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해당 집회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5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태극기 등을 흔들며 “윤 대통령을 석방하라”,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집회를 이끈 안정권씨는 대형 스피커로 자극적인 효과음을 틀었고,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확성기를 이용해 광주시민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안정권씨 외에도 극우 보수 성향의 시민들이 연단에 올라 윤 대통령 이름을 연호하며 ‘탄핵 무효’를 외쳤다.

그러자 맞은편 인도에 광주 시민들로 추정되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 30여명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내란을 옹호하고, 선동하는 집회 측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거친 언변을 뱉어냈다. 오월 영령의 넋을 기리는 단체 회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다 경찰의 제지로 물러나기도 했다.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등 현장 분위기가 고조되자, 광주청은 기동대 60여명과 경찰관 30여명을 배치하고, 편도 5차선 도로 중 3개 차선을 통제했다. 오후 3시30분께 긴장 국면이 최고조에 달하자 경찰은 차벽을 설치하며 도로 통제 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경찰의 빠른 투입으로 물리적 출동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대립 구도는 계속됐다.

특히 안정권씨는 “광주시민 여러분, 5·18 민주화운동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라”며 5·18 유공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1980년 5월 당시의 행적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유공자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고, “여기 모인 이들이 모두 광주시민인지 의문”이라며 지역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광주비상행동’도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15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집회는 자유발언, 공연, 현장 인터뷰 등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든 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내란 세력의 처벌을 강하게 촉구했다.

박미경 광주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그들은 금남로를 짓밟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스스로의 허약함을 드러냈을 뿐”이라며 “우리가 추운 겨울을 견디며 높이 들어 올린 응원봉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혁명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다시는 내란이 불가능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이며 민주주의를 위한 지속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의 핵심은 내란 세력의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시민들이 직접 선정한 ‘내란 공범’ 명단이 공개될 때에는 현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광주비상행동 관계자는 “윤석열 탄핵은 자동이지만, 이후 시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회 대개혁이 필요하다”며 “여론조사와 공론장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