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전남 함평군에서 발굴된 유해 16구에 대한 유전자 감식 결과 2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신원이 확인된 유해 2구는 둘 다 여동생을 둔 오빠로 밝혀졌다.
신원이 확인된 심모씨(1938년생)는 사망 당시 12세였다. 여동생인 심모씨(73)와 유전자 정보 비교분석 결과 남매 관계로 확인됐다.
또 다른 신원확인 유해는 정모씨(1931년생)로 사망 당시 19세였다. 여동생 정모씨(82)와 남매 관계로 확인됐다.
75년 만에 오빠의 유해를 찾게 된 정씨는 백발이 됐지만 공부를 가르쳐 주던 오빠에 대한 기억을 또렷하게 진술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빠가 농사를 지으며 가장 역할을 했는데, 형제자매는 모두 다섯 명이었다”면서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흐릿하지만, 오빠가 우리들을 앉혀 놓고 공부를 가르쳐 주던 기억은 생생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유전자 감식을 위해 사건 정황과 형질인류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함평군 월야면 남산뫼 사건’ 희생자들 중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유가족 16명의 유전자 시료를 확보해 검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2007년 7월3일 진실 규명을 결정한 사건으로 한국전쟁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이다.
조사 결과, 1950년 12월7일 월야면 주민 남녀 80명이 군인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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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은 지난해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함평군 월야면 월야리 521-9번지(약 380㎡)의 봉분 15기를 조사했고, 16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당시 봉분 9호에서 청년층 남녀의 유해 2구가 합장된 채로 나왔다.
정근욱 함평유족회장은 “사건 발생 당일 희생자들 대다수는 유족에 의해 수습됐으나 미수습된 유해 16구를 마을 주민들이 1990년 4월 사건 현장(남산뫼)에서 서쪽으로 약 400m 떨어진 현재의 발굴지점으로 옮겨 매장했다”고 증언했다.
또 사건 당시 수습하지 못한 희생자가 20대 이하의 어린 남녀였다고 했는데, 발굴된 유해 16구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의 형질인류학적 분석 결과, 성별과 연령대가 일치했다.
발굴 지점에서는 지난해 5월 남성 13구와 여성 3구 등 모두 16구의 유해가 나왔는데 모두 20대 이하로 추정된다. 12~15세로 보이는 유해도 2구 있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추진한 ‘유전자 감식 사업’의 결과, 유해 6위의 신원을 확인한 데 이어 이번 2구 신원 확인까지 총 8위의 신원을 확인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가족 269명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상태다. 올해는 유해 120구 유가족 100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계획하고 있다.
수집된 유해와 유가족 유전자 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DB)해,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종료 후에도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도록 확보·보관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75년 만에 신원이 확인돼 가족들 품에 안기게 된 것은 유족의 해원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지만 일부에 그쳐 아쉬움이 많다”며 “올해도 유전자 감식을 진행해 많은 분들이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