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심 상업지역의 주거 용도 용적률 완화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광주시와 시의회가 급기야 ‘맞짱 토론’으로 맞붙는다. 시와 시의회는 ‘주민 삶의 질’과 ‘침체된 도심 활력’을 명분으로 공개 토론을 열기로 하면서 ‘2차 격돌’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시와 시의회는 지난 2022년 제9대 의회 출범 때부터 예산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인 적이 있어, 이번 조례 개정 문제가 단순한 갈등을 넘어 정치적 진영 싸움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용적률 규제 완화와 관련해 “광주시의 공개 토론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며 “강기정 시장의 토론 참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앞서 중심상업지역 내 주거 시설 용적률 상향을 골자로 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통과에 유감을 표하며 시의회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시의회는 이달 중 TV 토론회를 하는 방향으로 합의했으며 토론 참여자는 상호 논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광주시는 실무 책임자인 김준영 도시공간국장이 시의회에 토론을 제안함에 따라 강 시장이 직접 토론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관의 충돌은 지난 12일 시의회가 본회의에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안’을 원안 의결하면서 촉발됐다.

이 조례는 도심 활성화를 위해 중심상업지역 내 주상복합건물의 주거용 시설 용적률 규제를 현행 400% 이하에서 540% 이하(140% 상향)로 완화하는 것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골자다.

시의회는 이번 조례 개정이 침체된 도심과 건설경기를 회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는 ‘주거정책에 역행하는 조례 개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업지역의 주거화가 가속화되면 중심상업지역의 용도지역 지정 목적이 훼손되고, 도심과 주거지역 배후지로의 기능 상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 정주·교육 환경이 열악한 중심상업지역에 고밀주거단지가 들어서면 학교·도로 등 기반시설의 부족현상 발생하고, 위락시설·숙박시설 등 각종 위해시설과 주거시설이 혼재돼 주민들의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광주시는 상업지역 내 나홀로 아파트나 주거시설의 입지가 지역 경기 활성화에 기여할 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강기정 시장은 시의회 조례가 통과되자 곧바로 긴급 브리핑을 열어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시의회도 다음 날 의장과 산업건설위원회가 반박 기자회견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깊어졌다.

이에 광주시는 물러서지 않고 시의회에 공개 토론을 제안해 ‘2차 격돌’을 예고했고,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번 조례 개정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광주시는 그동안 조례가 통과될 때까지 ‘불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고, 시의회는 ‘숙의 과정이 부족한 졸속 조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양 측이 모두 ‘시민 삶의 질 개선’과 ‘침체된 도심 활력’이라는 공통 의제에 공감하면서도 마주 보는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의회 안팎으로는 이번 조례 개정 문제가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된 의원 간의 정치적인 셈범과도 연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의원은 “이번 도시 계획 조례에 대해서는 의원 간에도 찬반이 엇갈린다”며 “공개 토론 역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소모적인 논쟁이 될 것이어서, 양측의 갈등만 깊어지고 타협점은 쉽게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광주시와 시의회가 지난해 연말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문제 등으로 갈등이 잦은 것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진영 간의 보이지 않는 다툼도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올 한해도 각종 사안을 놓고 양 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례가 입법 과제로 제시된 지 반년이 넘었는데 시의회도 용적률 상향 수치에 대한 근거가 충분치 않고 광주시도 영향 분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공개 토론보다 향후 대안을 마련하는 생산적인 대화와 시민을 위한 협력의 자세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