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하는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참사 엿새째인 3일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유무를 밝혀낼 엔진을 인양해 옮겼고, 사고기 안의 상황이 담긴 음성 기록장치 분석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희생자들의 유류품을 유가족에게 건네는 작업도 이틀째 이어졌고, 공항에 방치된 희생자들의 차량을 인계하는 절차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 인양한 엔진 분석 시작…버드 스트라이크·사고기 결함 유무 규명

항철위는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 조사의 기초가 되는 관련 정보·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사고기를 설계·제작한 미국 사고조사 당국과 합동 사고조사단을 꾸렸고, 현장에서 잔해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은 참사 이후 처음으로 사고기에 대한 수습 작업이 이뤄졌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사고 현장에서 사고기 엔진을 인양해 모처로 옮겼고, 분석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꼬리 쪽 기체에 대한 인양 작업은 밤새 이뤄질 예정인데, 기체 안에서 혈흔이 발견돼 작업이 중단됐다가 재개되기도 했다.

당국은 혈흔의 주인이 탑승자인지, 조류(새) 등 동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 감정할 예정이다.

이송한 엔진에 대한 분석 조사도 앞두고 있는데, 혹여나 엔진 부분 등에서 동물 등의 혈흔이 발견된다면 이번 참사가 버드 스트라이크로 발생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 발생 9분 전 조종사와 교신을 주고받은 관제사에 대한 인터뷰도 마치면서 사고기 결함 여부 등이 나올지 주목된다.

조종석 안에서 기장, 부기장 간 대화 등이 담긴 음성 기록장치의 자료 추출 작업도 성공해 녹취록 형태로 작성 중이다.

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는 일부 장치 훼손으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어 오는 6일 미국으로 보내 자료를 분석할 예정이다.

◇ 사고 현장서 발견된 휴대전화 포렌식…긴박한 기내 상황 주목

희생자 차량을 유가족에게 인계하는 절차가 시작돼 당국은 희망 유가족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무안=연합뉴스) 3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한 제주항공 여객기 엔진 인양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본격적인 인계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르면 다음 날부터 유가족들이 원하는 장소로 차량이 옮겨질 수도 있다.

당국은 앞서 보험사·차량 제작사·공항 공사·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공항에 주차된 차량의 인도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여분의 차량 열쇠 제작을 지원하고, 유가족 동의를 구해 차량을 직접 견인하기로 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희생자들의 유류품 인계 작업도 이어졌다.

사고 현장에서 수거된 838개의 유류품 중 200개에 대한 소유자 확인이 마무리됐다.

이 중 178개는 유가족에게 반환됐고, 나머지 22개도 반환 절차가 시작됐다.

특히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107개에 대해서는 유가족 동의를 구해 디지털 포렌식도 한다.

이를 통해 사고 직전 기내 상황을 알 수 있는 휴대전화 메시지 등의 자료가 확보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 희생자 42명 가족에 인도…절차 계속 진행

신원이 확인된 시신을 유가족에게 인도되는 후속 절차도 이어진다.

신원 확인된 희생자 179명 모두 유전자 정보(DNA) 분석이 완료됐고, 이 중 56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한 훼손된 시신 606편의 DNA 분석 결과도 일부 나와 시신 인도 절차가 계속되고 있다.

이 결과를 토대로 희생자별 시신을 분류·재구성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무안=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서 국토부 직원들이 희생자 주차 차량 인계 접수하고 있다.

참사 이후 첫 희생자 발인이 치러진 전날부터 현재까지 6명이 영면에 들었고, 18명에 대한 장례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일부 합동분향소의 운영 기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정부는 전국 시도 20곳과 시·군·구 80곳 등 모두 100곳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운영 중인데, 서울시청 본관 앞에 설치한 분향소를 기존 4일에서 오는 10일 오후 10시까지로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광주시도 5·18 민주광장 합동분향소를 연장 운영할 예정이다.

오는 5일부터 전일빌딩245 1층 실내로 장소를 옮기고, 179명의 위패를 모두 안치해 추모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합동분향소는 원칙상 정부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한 오는 4일까지 운영될 수 있는데, 유가족의 연장 운영 요청을 수용해 이뤄졌다.

◇ 유가족 학교 정상 출석 인정·긴급돌봄서비스 제공

당국은 공항에 남아 희생자의 시신 인도를 기다리는 유가족들을 위한 추가 지원책도 마련한다.

사고 발생 후 출석 일수 기준 5일째인 오는 6일까지만 학교 출석이 인정되지만, 유가족 요청을 받은 교육부는 추가로 출석이 인정될 수 있도록 관련 공문을 교육청에 발송했다.

보건복지부도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공항에 오지 못해 집에 홀로 있는 아동·노인 등을 위한 가사·이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득 수준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만, 유가족일 경우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장례 절차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국은 ‘장례 기간 사용한 휴가는 공가 등으로 처리하라’는 권고 공문을 통해 유가족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