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요인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기체 결함부터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장치)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동체 착륙 중에 속도를 줄이지 못한 여객기가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하면서 피해를 키웠고, 버드 스트라이크를 방지할수 있는 탐지기 등 예방시스템도 전무했다는 점에서 공항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참사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 뿐만 아니라, 광주·여수 등 지역내 다른 공항도 비슷한 위험성을 안고 있어, 제2의 피해를 막기 위한 철저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일 국토교통부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참사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의 무리한 설치, 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 미설치, 공항의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방지시스템 미비 등이 꼽히고 있다.

모두 안전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콘크리트 둔덕형’으로 설치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운 1순위 원인으로 현재 지목되고 있다.

로컬라이저는 여객기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의 일종이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설치된 설비는 2m 높이의 흙으로 덮인 콘크리트 둔덕 위에 지어졌다.

이 둔덕은 20여 년 전 무안공항 설계 당시부터 적용됐다. 지난해에는 안전성 강화를 이유로 둔덕 위에 30㎝ 두께의 상판까지 올렸다.

제주항공 사고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상황에서 로컬라이저 시설이 부서지기 쉬운 재질이 아니기 때문에 이곳을 충격하면서 피해가 커진게 아니냐는 의문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로컬라이저 구조 문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무안공항과 함께 광주·전남지역 거점 공항인 광주공항과 여수공항의 안전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무안공항 외에도 여수공항과 광주공항 모두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여수공항 활주로 남쪽 끝에서 3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4m가 넘는 거대한 둔덕이 자리잡고 있다. 이 둔덕 아래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79명의 희생자를 낸 무안공항과 유사한 구조다.

무안공항에선 활주로 끝 264m 지점에 있던 높이 2m, 두께 4m의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 항공기와 충돌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광주공항도 1.5m 높이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고 이 안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묻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 착륙 제동장치 중 하나인 ‘이마스’(EMAS·활주로이탈방지시스템) 설치가 안된 것도 사고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마스는 항공기가 오버런 등으로 활주로를 벗어날 경우 안전하게 정지시키기 위해 활주로 끝에 설치되는 시스템이다. 항공기 무게에 따라 부서지는 경량 소재로 구성돼 있다. 항공기가 진입하면 해당 소재가 파손되면서 항공기가 늪에 빠진 듯 속도가 급감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활주로 끝단∼로컬라이저 구간에 강제 제동장치인 이마스가 설치됐더라면 충돌 전 극적으로 정지되거나 충격파를 크게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기체 결함도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안공항은 인근 갯벌과 호수 등으로 철새가 자주 출몰하지만 열화상 조류 탐지기, 열 화상 카메라 등 조류 충돌 예방 시스템이 크게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 사고 원인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포함한 항행안전시설에 대해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현지 실사를 시작했다. 실사 대상은 활주로 주변 항행안전시설의 재질과 높이, 위치 등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방위각(로컬라이저) 시설을 포함한 항행안전시설에 대해, 오는 8일까지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현지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면서 “항행안전시설의 재질과 높이,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