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각 자치구가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주민자치회가 오히려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원들의 자질 부족, 사익 추구 등 부조리를 비롯해 각종 난맥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주민자치회는 지난 2013년 최일선 행정 단위인 읍·면·동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

광주지역에는 동구 13개, 서구 18개, 남구 13개, 북구 27개, 광산구 21개 등 총 92개의 주민자치회가 구성됐다.

주민자치회는 자문, 의결 등 심의기구에 그쳤던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확대 전환한 것으로, 주민의 대표기구로서 마을 계획 수립 등 실질적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

특히 주민자치위원회가 동 행정 자문역할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 소집과 마을축제 개최, 소식지 발간 등 독자 업무 외에도 노인대학이나 자전거 순찰대, 주민자치센터 운영 등 위탁 사무를 맡기도 한다.

이처럼 권한과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주민자치회의 역량이 강화돼야 하지만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갑질은 기본이고, 주민자치회 내부에 파벌이 만들어져 지시를 따르지 않는 위원들을 억지성 사유로 해촉해 의견 충돌이 일어나 일부 위원들이 사퇴하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실제 서구 A동행정복지센터 주민자치회장은 공무원들에게 개인적 업무나 지인의 업무를 신속히 처리해줄 것을 부탁했고, 직원이 민원인과 동등하게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말에 소리를 치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B동의 주민자치회는 소속 위원들을 상대로 수십만원대 ‘축제 상품권’을 강매했다.

또 상품권 구매에 불만을 드러내는 위원들을 ‘회의 불참 및 활동 저조’라는 이유로 정기회의에서 해촉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기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두고 회장이 회의 절차와 미숙한 진행으로 위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하는 등 자질 부족도 드러났다.

이외에도 동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개인 사업과 연관해 추진하려다 수포로 돌아가자 사업을 방해하거나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을 자신의 부하 직원처럼 지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변화되면서 위상이 올라갔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갑질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 사업을 의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역량이 부족한 이들도 많다”며 “행정 차원에서 개선·보완할 부분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