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온라인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가 4년 만에 다시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위험 범죄자들에 대한 분노는 공감하지만 대상자의 얼굴, 직장,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까지 무분별하게 공개돼 사적 제재 논란과 함께 범죄와 무관한 제3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누리꾼들에 따르면 4년 전 폐쇄됐던 디지털 교도소가 최근 개설됐다. 홈페이지에는 현재 복역 중인 범죄자 등 100여명의 실명과 사진, SNS 계정 등 개인정보가 여과 없이 공개됐다.

특히 홈페이지 상단에 표기된 범죄자 목록은 △성범죄자(소아성애자·지인능욕·디지털) △살인 △아동학대 △학교폭력 △폭력 △음주운전 △사기(전세사기) 등으로 구분했다.

전화번호, 출신학교 등까지 공개한 해당 사이트에는 이들의 범행 내용과 수사 내용, 법원 판결 등이 적힌 기사를 갈무리하거나 내용이 담긴 인터넷 주소가 적시됐다.

또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순간부터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며 가해 당사자 신원을 제보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심지어 흉악 범죄자들에게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비판과 함께 법관의 사진과 생년 월일, 이력 등이 게재돼 있다.

지난 2020년께 최초로 등장한 디지털 교도소는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모두 공개해 화제가 됐지만 부작용도 뒤따랐다.

범죄 유무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신상까지 공개하면서 ‘사적 제재’ 논란에 휩싸였고, 급기야 사건과 관계없는 제삼자의 신상이 공개돼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일도 발생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방심위는 사이트 폐쇄 명령을 내렸다.

홈페이지 운영자에 대해서도 유죄가 내려졌다.

이 운영자는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 등으로 디지털 성범죄, 살인, 아동학대 등 사건 피의자의 신상 정보와 법원 선고 결과 등을 무단 게시한 혐의로 기소돼 2021년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추징금 818만원이 선고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타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해악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사적 제재는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표현”이라며 “카카오톡과 SNS 등을 통해 재확산하는 행위도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등에 해당한다. 잘못된 정보가 유포될 경우 피해를 누가 책임지고 보상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유튜브 등을 통해 범죄자들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공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엄격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