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오. 고려 비색청자는 파사관에 머물고 있는 아라비아 상인들 손에는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 같소. 여요청자는 이미 그들 손에 들어갔지만 고려 비색청자는 천하제일의 보물이니 우리나라에만 있어야 하오. 천하제일의 보물은 황제 폐하께서만 가지고 계셔야 하오. 나는 즉시 황제 폐하께 주청을 드릴 것이오.”(2권 143쪽 일부)

이 지문은 고려 비색청자의 재조 기술과 비법이 혹여 아라비아 상인들 손에 넘어가지는 않아야 한다는, 고려 비색청자를 너무나 사랑한 정서를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최근 불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들로 줄곧 주목을 받아온 전남 보성 출생 소설가 정찬주씨가 불광출판사에서 펴낸 장편 ‘깨달음의 빛, 청자’(전 2권) 제2권에 나오는 대목이다. 국내 최고의 청자로 자리잡아온 강진청자의 역사를 소설로 추적해온 작가의 이번 장편은 K-컬처의 원조로 불리는 비색 고려청자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높은 문체와 스토리로 전개, 몰입감을 깊이있게 끌어낸다.

이야기는 신라말 탐진인 장보고가 중국 월주청자 기술을 강진에 들여오게 되고, 이후 고려시대 강진 도공들이 천하제일의 비색청자로 승화시키는 과정에 얽혀있는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해 스토리를 견인해 나간다.

이 장편이 집필되게 된 계기는 작가가 다산 정약용의 유배 생활을 그린 ‘다산의 사랑’(2012)을 집필하면서 강진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K-컬처(Culture)의 원조이자 한류의 시초인 강진청자의 역사를 접하면서다. 그후 작가는 강진 비색청자가 K-컬처의 원조 내지는 한류의 시초라는 말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수식어임에 확신을 가졌던 듯하다.

특히 강진청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최초의 본격소설이자 강진 비색청자의 흥망성쇠를 그린 최초의 소설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청자의 흥망성쇠 역사를 다루고 있는 이 장편에는 우리 민족의 심성과 자연을 담은 강진청자의 아름다움이 다시금 널리 회자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한류의 원조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청자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집필됐다.

이 장편 1권은 바다의 왕 장보고가 우여곡절 끝에 당나라 청자 기술을 신라 탐진으로 들여오는 스토리로, 장보고에 관해 익히 알려진 이야기 대신 숨겨져 있던 청자와의 인연을 들려주며, 새로운 관점에서 위인의 삶을 따라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1권이 청자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2권은 청자가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2권에는 여러 명의 도공이 등장하는데 누구 한 사람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 없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과 신념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내는 개성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홍기삼 문학평론가(전 동국대 총장)는 “‘K-컬처’의 뿌리를 알고 싶어 하는, 탐구심이 강한 젊은이들에게 이 장편소설을 권하고 싶다. 뿌리 없는 나무가 어디 있겠는가”라고, 이경철 문학평론가는 “이 장편은 우리네 홍익인간, 모든 유의미한 사상과 종교를 포괄하고 있는 하늘과 땅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근원 사상, 마음을 지키고 있는 자만이 청자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며 독자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고 각각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