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와 관련,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한 수색·구조작업이 장기화 되는 가운데 인근 상가 상인들이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고 현장 인근 상인 50여 명으로 구성된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 현장피해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 상인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마련과 피해 보전책 마련을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고현장과 5m 가량의 도로 하나의 거리만을 두고 있는 건너편 상가에는 20년 전부터 가게 60여 동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추가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면서 상인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홍석선 대책위 위원장은 “서구청 공무원이 현장에 찾아와 조치하겠다는 말만 수십번 하고 정작 대책은 내놓지 않는다”면서 “현대산업개발도 우리에게 공식적인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 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찾아와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성토했다.

피해 상인들은 사고 발생 이후 추가 붕괴 우려에 가게 접근이 금지되자, 실종자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출입통제선 밖을 서성이며 실종자 구조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상인들은 주로 일반적인 소매상이 아닌 도매상가를 운영하고 있어 구조와 접근 금지 기간이 길어질 수록 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문구·완구, 조화, 화훼, 가구, 공방 등이 주요 입점 업체로, 학교 졸업 시즌과 설 대목, 밸런타인데이 등에 판매돼야 할 물건들이 방치 상태로 놓였다.

화훼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남필씨(55)는 “매년 초 판매하는 수입으로 1년을 살아야 하는 한철 장사인데 속이 답답하다”며 “가게 안에는 졸업 시즌에 판매할 꽃들이 먼지가 쌓인 채 일주일 넘게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피해 상인들은 사고 수습 현장 근처에 머무르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 공간 마련도 요구했다.

홍석선 위원장은 “별도 공간을 마련해 줘야 현대산업개발, 서구청과 소통을 할 수 있고, 피해 상황 접수와 대책 마련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당국은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구는 실종자 가족 공간, 서구 수습대책본부 상황실 등으로 현장 인근 장소가 협소한 점을 토대로 사고 현장과 거리가 있는 곳에 별도 공간 제공 방안을 논의했으나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었다는 입장이다.

서구 관계자는 “사고 현장의 추가 붕괴 위험을 고려해야 했다”며 “상인들이 대책 협의 등을 할 수 있도록 서구사고수습본부를 공동 사용토록 조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