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넘어 ‘오월, 기다림’ 노래하다
오월어머니집·지역 청년 뮤지션 28명 음원 발표 화제
박성언 작곡·작사…전야제·오월상설음악회 공연 앞둬
입력 : 2024. 04. 22(월) 11:43
오월어머니들과 청년 뮤지션들의 ‘오월, 기다림’ 녹음 현장.
5·18 44주년을 맞아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과 오월정신을 계승하는 지역 청년 뮤지션들이 함께 부른 노래를 발표해 화제다.

오월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곡 ‘오월, 기다림’이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 어니음악창고를 통해 공개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얻고 있다.

이번 작업은 지역 뮤지션 박성언 음악감독이 지난해 11월 오월어머니집에서 역사교실 특별강좌를 진행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오월어머니들이 박 감독에게 함께 부를 수 있는 의미있는 곡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한 것.

오월어머니 김형미·김순자·박수자·백홍남·윤삼례·윤화숙·이숙자·이정덕·이춘희·장명희·정귀순·전소연·최은자·홍금숙 14명과 5·18을 겪지 않은 세대의 여성 뮤지션 김드림·김아름·김예담·김유경·김은숙·문성경·장지혜·장혜란·정예은·정은지·조혜수·최강·한신희·홍빛나 14명이 모여 총 28명이 함께 노래한 프로젝트다. 14명의 수는 5·18 세 숫자를 합한 것으로 의미를 더했다.

뮤지션 섭외부터 촬영, 녹음 등 모든 과정이 참여자들의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특히 박 음악감독이 직접 섭외한 여성 뮤지션들은 광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 음악인들로, 프로젝트의 취지를 듣고 모두 단번에 응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 ‘오월, 기다림’은 5·18을 어느 특정 기간에만 반짝하고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오월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낸 곡이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오월 하얗게 그리워한 너를 기다릴게/오월 푸르게 살아오는 너를 기다릴게’로 반복되는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세대와 상관 없이 시간이 흘러도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월, 기다림’ 곡을 부른 오월어머니들과 청년 뮤지션들.
28명의 오월어머니들과 뮤지션들은 지난 2개월 간 매주 한 차례 오월어머니집에 모여 노래 연습에 매진했고, 광주음악창작소의 지원을 받아 녹음을 진행했다. 편곡과 연주에 장혜란, 사진 촬영 강철, 그림에 주홍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의 첫 무대는 오는 5월 3일과 31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는 상설음악회 ‘오월의 노래’ 기획무대에서 라이브로 만나볼 수 있으며, 17일 44주년 5·18전야제에서도 시민들 앞에 선보인다. 31일 공연 후에는 오월어머니들이 직접 만든 주먹밥을 나누는 행사도 진행한다. 노래를 만들고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광주의 청춘기획이라는 촬영팀에 의해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박 음악감독은 “특정한 날에 반짝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마음으로 언제든 떠올리고 만날 수 있는 열린 오월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오월을 온몸으로 겪은 오월어머니들과 5·18을 겪지 않았지만 정신을 계승하려는 청년 뮤지션들이 음악을 통해 세대를 넘어 연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매년 구성원을 바꿔서 새로운 곡을 만들어 의미를 이어가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노래를 연습하며 어머니들과 청년들이 많이 울었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머니들도 많은데 이번 기회로 오월을 기억하려는 미래 세대들이 있다는 것에 큰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면서 “이 곡이 많은 분들을 통해 불리고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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