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전남의 새로운 싹을 틔운 전남도립미술관 개관 첫 해인 2021년을 마무리했다.

2021년 3월 광양시에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 경전선이 지나던 옛 광양역사에 설립돼 문화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을 약속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개관과 동시에 시작된 개관특별전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의 성공적인 개막과 함께 문화도시로의 재도약을 예고했다. ‘전남의 풍경을 담다’라는 주제로 건물 전면을 통유리로 설치해 날씨와 계절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풍경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했다. 지상 3층, 지하 1층의 규모로 9개의 전시실과 넓은 수장고를 보유했으며 항온·항습·조명 등 전시장 시스템은 국제미술관과 견줄 만한 수준이다.

‘세계 현대미술과의 교류’를 비전으로 삼고 개방성, 혁신성,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전남도립미술관의 지향점은 개막 전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남 미술사 정립을 위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에서 한국화의 거장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의 작품세계를 조망했으며, 하반기에는 진도 출신의 서예 명장 소전 손재형 전을 개막한 바 있다.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로랑 그라소’, ‘AES+F’ 등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며 해외 현대미술의 흐름을 전달했다. 특히, ‘AES+F’는 국내 최대 단독 대규모 전시로 기획해 전시했다. 최근 개막한 전시 ‘태양에서 떠나올 때’는 근현대 시기 및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조망했다.

이목을 끄는 이슈는 단연 ‘이건희 컬렉션’이었다. 개관 한 달 만인 지난 4월 故 삼성 이건희 회장의 생전 소장 미술품 21점을 기증받았다. 기증작품은 주로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 등 전남지역 거장들의 작품이다. 지역 출신 거장들의 작품이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만일 전남도립미술관이 지어지지 않았더라면 기증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세간에 화제를 일으킨 만큼 높은 관심 속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 전이 9월 개막했다. BTS의 RM이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비롯해 개관과 함께 사회 저명인사들로부터 기증 행렬이 이어졌다. 고 이건희 회장의 생전 소장품 기증에 이어 가람화랑의 송향선 대표, 유홍준 교수, 김정헌 작가, 박형선 대표 등의 기증으로 전남 미술사 정립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전남도립미술관은 그동안 총 49점의 작품을 기증받았으며, 작품 수증을 통해 공립미술관이 가진 구입예산 한계를 극복하고 소장품의 가치를 높였다. 이외에도 공모구입과 제안구입을 통해 지역 공공미술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작품과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현대미술 작품 등을 수집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개관특별전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의 총 관람객은 2만 명을 넘겼으며, ‘이건희 컬렉션’을 포함한 하반기 특별기획전시에 대한 관람객도 총 3만 명이 넘는 숫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은 개막 첫 주말에만 2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리며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전시 기획 이외에도 전남도립미술관은 연구, 행사 등을 진행했다. 구술·채록 연구, 전시 연계 프로그램 운영, 정책 세미나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지원 사업 참여 등 미술사 정립을 위한 미술관 자체 연구 사업과 전남 미술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연계 사업 등을 활발히 펼쳤다. 최근 발간된 구술 채록은 호남화단의 남종화 거장 ‘남농 허건’ 선생에 관한 내용이다. 작고 작가이기에 구술자로는 남농 허건 선생의 가족이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 지원’ 공모에도 당선돼 전남 출신 지역작가 2인에 대한 협력사업도 진행 중이다.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이건희 컬렉션’ 연계 강의, ‘AES+F’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 토크, 어린이 활동지 배부, 전남지역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과연계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전남도립미술관의 도약은 2022년에도 계속된다. 2022~2023 ‘전남 방문의 해’를 맞아 전남 관광을 통한 K-관광의 세계화를 선도하겠다는 전남도의 비전에 발맞춰 전남도립미술관도 다양한 기획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상반기 삼성 리움 순회전시, 하반기 ‘조르주 루오’ 국제전시가 예정돼 있으며, 이외에도 어린이 체험형 전시 등 다양한 기획전시를 함께 진행한다. 젊은층의 관심을 비롯해 남녀노소 불문 대중적으로 문화를 즐기는 공간을 만들어 지역의 랜드마크로 거듭나고자 앞으로도 다양한 컨텐츠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 기증전용관을 마련해 운영한다. 기증전용관은 기증작품으로 구성되며 ‘기증’이 가지는 의의와 작품이 지닌 가치를 도민과 나누고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공간이 될 것이다. 소장 중인 작품들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담은 전시를 선보이려 한다.

전남도립미술관은 도민의 무한한 관심 속에 개관했으니 2022년에도 전남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도약하고자 다방면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소통’을 중요한 키워드로 삼아 지역공동체와 상생하는 미술관을 만들고 전시 기획, 프로그램 개발, 학술연구 등 지역 공·사립 미술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전남의 문화예술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