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빚은 인물상’에 마스크를 씌웠어요.”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들 중 일부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엄중한 시국임에도 마스크를 쓰려 하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이 쓰지 않은 마스크를 전시장의 조각 얼굴상들이 썼다. 마스크를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면 예술작품에 마스크를 씌워놓았을까. 실제 예술 작품에 마스크를 씌운 전시가 열린다.

지난해 5월 곡성세계장미축제장 설치전 ‘5월엔 만인의 얼굴이 꽃이다’를 통해 지역민과 소통하며 작업해온 전남 곡성 출신으로 ‘시쓰는 화가’로 널리 알려진 서현호 작가(서양화)가 11일부터 오는 11월1일까지 도립 아산조방원미술관에서 여는 ‘제11회 개인전’에서다.

작가는 개인전에 출품한 ‘흙으로 빚은 인물상’ 60여점 중 30여점에 마스크를 씌워 코로나19 속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강조하는 등 현시국의 엄중함을 예술로 표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스크를 쓴 인물상을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흙으로 빚은 인물상과 회화작품이 설치된 전시장 전경

작가는 이번 전시에 흙으로 빚은 인물상 60여 점 외에 ‘피플 드로잉’(People Drawing) 회화 40여 점을 출품한다. 전시장 벽면에 걸지 않은 작품도 비치해 놓았다. 개인들이 모이면 전체적인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피플 드로잉’ 작품 800여 점을 전시장에 쌓아 설치했다. 굳이 걸지 않으면서 하나의 작품처럼 비치한 것이다. 그 행위 자체를 작업의 과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번 전시는 몇 년 전 대인예술시장에 설치했던 ‘피플 드로잉’전에서 시작됐던 인물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작가는 캔버스 작업과 병행해 다양한 주변 인물들을 걸개그림 형식으로 담는데 주력해 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표정을 질박하게 표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친근한 정서적 교감을 느끼도록 했다. 이는 지금까지 작가가 주로 해왔던 사회비판적 작품과는 차별을 보인다. 작가는 팬데믹 현상으로 어수선한 요즘 분위기를 오히려 파안대소의 웃음으로 대체하고 있다.

‘파안일소’라는 소주제를 바탕으로 한 전시작품들 앞에 서면 엄중한 시대에 박장대소할 일이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 또한 없지 않으나 작가에게 작품에 나타난 큰 웃음의 의미를 듣고 나면 수긍이 간다.

서현호 작가

작가는 웃음의 미학을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소통의 언어로 이해한다. 그만큼 인간에게 웃음으로 마음을 열게 해 공감하는 힘을 준다는 설명이다.

서현호 작가는 고향 곡성에 머물며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전 10회와 단체전 60여회 등 다수 참여했다. 지난해 다소 늦은 나이에 조선대에서 미술학 박사 학위까지 마친 작가는 다양한 모색과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꾸준히 도전해 가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