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코로나 확산세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역학 조사 과정에서 방역 당국의 허술한 대응과 확진자의 동선 숨기기가 확산세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일 양성 판정을 받은 광주 76번 확진자의 접촉자 3명(149∼151번)이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시점 사이에 9일 간격이 있다.

그런데 76번과 접촉한 149∼151번 확진자들은 9일에서야 검사를 받아 이튿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 신규 확진자들이 역학조사 공백이 생긴 1주일 동안 사우나, 대학병원을 방문하거나 상점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확진자의 접촉자라면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어야 하나 방역당국이 이들을 특정해내지 못한 것이다.

이런 허점에는 당국의 꼼꼼하지 못한 역학조사가 문제지만, 76번 확진자의 동선 숨기기도 한몫을 했다. 76번 확진자가 ‘스포츠센터 주변 벤치에 있었다’는 식으로 진술해 시설 방역을 하면서도 접촉자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이렇게 방역당국에 동선과 접촉자를 확실하게 밝혀주지 않으면 방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광주 37번 확진자의 경우도 동선을 숨기는 바람에 방역에 구멍을 낸 사례이다. 이 확진자는 역학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지난달 중순 대전에 있는 방문판매업체를 방문한 사실을 숨기고 34번 확진자와 만났다는 점만 진술했다. 또 금양오피스텔을 방문한 사실도 역학 조사관에게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그 사이 금양오피스텔 관련자에 대한 조사와 이 곳에 대한 방역이 늦어지면서 무더기 감염사례가 나오는 등 집단감염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미 발생한 코로나 감염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방역기관의 역학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겠다고 전체 시민을 위험에 빠뜨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방역이 한 번 뚫리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코로나 유사증세가 있다면 곧바로 개인방역수칙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방역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