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으로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정부 통계로는 지난 한해 농촌으로 이주한 인구가 5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각 지역으로 볼 때는 상당한 규모이다. 전남을 예로 들면 귀농·귀촌한 인구가 4만명을 넘어서서 전남도 1개 군의 인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찾아가는 설명회, 지원정책 수립 등 정부 및 지자체 노력에 힘입은 바 크며,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칭찬할 만한 성과다. 다만 외형적으로는 귀농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착하지 못한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바, 귀농인력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양성프로그램 개발이 과제로 남아있다.

희망적인 면도 존재한다. 귀농·귀촌인 가운데 40세 미만 젊은층이 5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미래를 밝게 하는 긍정적 요소이다. 농촌에서 젊은이와 갓난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다고 걱정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청년들이 농촌으로 돌아오도록 한 것은 정부정책의 개가라고 할 만하다. 청년 농업인들은 ‘왜 농업으로의 이직을 선택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농업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바뀌었다’라고 답하고 있다. 농촌 활성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들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결과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어렵게 귀농한 청년농업인들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단순한 영농인 육성전략에서 나아가 4차 산업과 연계한 농식품 창업으로 유인하는 차세대 농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차세대 농업전략은 최근 시대 흐름에 맞게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전기, 재생에너지 기술 등이 융합한 4차 산업혁명과 연계돼야 한다. 특히 새로운 농업비즈니스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스마트농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차세대 농업은 지적재산권 확보가 중요한 시대로 진입했으며, AI, IoT, 로봇을 활용하는 스마트농업으로 변화되고 있다. 농업용 드론에 의해 촬영된 영상을 인공지능프로그램이 농장의 해충분포, 영양상태 등을 분석하는 시대에 돌입했으며, 이를 통해 농약살포, 수확시기 예측 등이 가능하게 됐다. 제조업처럼 식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식물공장은 1990년대에도 주목을 받았던 스마트농업 기술이다. 그러나 설치 및 유지비용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했다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의 적극적인 활용 및 ICT 기술의 발전으로 운영비 부담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관련 부자재의 국내 경쟁력이 높은 편인 점도 유리한 요소다. 따라서 농지면적이 좁은 우리나라로서는 식물공장 등 스마트농업을 적극 도입해 청년창업 활성화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선진 농업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여 스마트농업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은 기술집약적 식물공장을 차세대 사업 분야로 주목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재배작물 확대와 설비 효율성 향상에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은 소형 로봇을 활용한 옥수수 자동 파종 시스템을 상용화했으며, 영국은 카메라 센서를 활용하는 브로콜리 및 칼리플라워 자동수확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농업 현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최근 ICT, 바이오기술, 녹색기술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희망적이다.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는 신제품 서비스를 개발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ICT와 농업의 융합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ICT를 기반으로 농작물의 최적 생육환경을 제어하기 위한 스마트농업 및 식물공장의 핵심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식물공장 등 스마트농업 시장은 연평균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진입이 아직 늦지 않았으며, 새로운 창업·창농도전 분야로 스마트농업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부터라도 우수한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농업을 적극 지원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정책지원방향을 수립해 나간다면 약 25만명의 귀농 청년들이 주도하게 될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는 분명히 밝을 것이다. 차세대 농업전략의 범국가적 추진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