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해저유물이 국립광주박물관에 있는 것처럼 광주에 많은 문화재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문화적인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저에게는 작품의 아이템이죠. 제가 지금 5·18한복판에 있다는 게 신기해요. 광주에 있는 것만으로 좋아요. 그리고 광주가 서울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높은 것을 보고 놀랐죠. 지금까지 펼쳐왔던 제 작업이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아트 빛고을아트스페이스 레지던스 7기 작가로 입주해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활동에 돌입한 김혜경씨(미디어아트)는 그래픽디자인 분야 베스트셀러작가로 관심을 모은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작업실에서 만나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입주작가 중 유일하게 타지역 출신인 김 작가는 동아시아 고미술사를 모티브로 미디어 작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먼저 광주에 대한 기억을 가감없이 들려줬다.

“지난해 미디어338 기획전시 공모에 응해 진시영 작가와 함께 선정돼 광주와 첫 인연을 맺었습니다. 저는 주로 타지역에서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광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당시 레지던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러다 올해 레지던스 입주작가 공모를 하길래 응모했는데 선정이 된 거예요. 막상 전시 오프닝할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역 미술계 어르신 등 많은 예술인들이 참여해 큰 감동을 받아 다시 광주를 오게 된 것입니다.”

작가가 오늘날 같은 작업방향을 설정한데는 홍익대 대학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고미술을 선호하던 작가는 10여년 전부터 동아시아 고미술사에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다 디지털미디어를 전공하면서 고대회화를 모티브로 색채작업을 하기 위해 중국 청나라때 회화를 함께 공부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보여주며 고대회화의 아름다움에 대해 교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에 무관심한 동료들에게 충격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그래서 학기말 발표 때 포토샵을 이용해 청나라 회화를 다시 그려 애니메이션작업으로 발표를 했는데 함께 했던 모든이들에게 관심을 얻게 됐다.

그때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시각적인 임팩트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동아시아 문화의 아름다움과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싶어 도자기와 고가구 등에 프로젝션 맵핑과 인터렉티브 미디어 기법을 통해 작업해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자기에 맵핑하는 작가로 알려지게 됐다.

이런 그가 광주에서 작업하는 동안 동아시아 고미술의 외연을 넓히는데 주력할 각오다.

“지금 제가 해온 작업을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죠. 젊은 사람들에게 동아시아 고미술을 알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조금 더 관심을 끌어내고 싶어요. 우리는 역사적으로 독립이 아니라 해방됐죠. 그러다보니 사대주의 예술이 지속됐습니다. 서구중심지향의 지속은 식민지적 상황이라고 봐요, 저는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적인 것을 통해 우리에게 자존감과 인식 폭을 넓혀주고 싶어요.”

그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가로 성공하는 것보다는 많은 이들과 동아시아적인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교류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민을 지속해볼 작정이다.

“전세계 동아시아 고미술을 관람하는 것이 제 취미입니다. 그동안 해외를 많이 찾아 다녔는데 광주에서 발견한 문화유산이 작업에 영감의 단초가 되기를 바라죠. 이제는 동양적인 것을 알고 정체성을 정립한 뒤 서양적인 것들과 균형을 이뤄 사회각 분야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는 앞으로 후기 식민주의의에 대한 고찰을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김혜경 작가는 경기 김포 출생으로 상명대 공예과와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을 졸업했으며, 한양대학교 대학원(응용미술학 박사과정)을 수료 했다.

6년전 ‘제1회 평창비엔날레’ 초대작가를 지낸 뒤 작품에 인지도가 생기면서 전국을 돌며 전시를 열었다. 도자나 공예비엔날레, 공예트렌드페어 전시에 참여했다.

특히 공예쪽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상해, 홍콩, 뉴욕, 플로리다 등 다수 해외전시에도 출품했다. 홍익대학교 포토샵·디지털아트 강사, 용인대학교 미디어디자인학과 및 광운대학교 교양학부 등의 외래교수를 역임했으며, 한라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