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커피와 분자요리 등 그의 요리는 우선 이름부터 듣도 보도 못한 것들로, 요리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예술의 범주로 끌여들어 신선한 울림을 선사했다.

이처럼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무슨 식감을 살렸는지 알 수 없는 요리를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는 시각예술가 유병서씨(36).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 트래블라운지에서 창제작센터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됐던 ‘오픈랩 최종 결과발표 전시회’에 참여했던 유 작가를 지난 29일 만나 이색 디저트에서부터 ‘커뮤니티 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먼저 유병서 작가는 음식을 나누는 행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작가들이나 문화전당을 찾은 방문객들이 오후 3시께 카페에서 커피와 빵, 쿠키를 먹는 티타임을 접했어요. 마치 유럽의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처럼요. 그래서 ‘이왕이면 몸에 좋고 건강한 디저트를 만들어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래서 음식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곧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카트를 제작해 ‘요리’하고자 했죠”

유 작가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커먼키친 스윗스팟’(Sweet Spot)으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로비와 라이브러리파크 라운지에서 특정한 레시피를 따른 디저트와 음료를 매일 30명의 방문객들에게 제공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같은 그의 구상은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 과정이 아트의 범주로 편입되는 실험으로 이해됐다. 이미 그는 독일에서 사람들을 초대해 요리를 만들어 함께 대화하며 먹는 것 자체를 영상으로 찍어 작품으로 선보이면서 요리가 ‘커뮤티니 아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커먼키친 스윗스팟’은 그의 작품 세계에 한 단계 깊이를 더해 구현한 셈이다.

지난 16~20일 문화전당에서 유병서 작가가 진행한 이색디저트를 선보인 ‘커먼키친 스윗스팟’ 모습

이 콘셉트는 함께 먹을 사람을 찾기 위해 재료를 담은 카트를 옮겨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요리를 만드는 것으로, 화학 성분이 가미되지 않은 원재료로만 만드는 것을 가치로 여긴다. 이를테면 가장 순수한 형태의 요리를 나눠보자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건강한 빵’은 ‘요리를 욕망하다’의 저자인 마이클 폴란의 레시피에 나온 순수한 형태의 빵으로, 오직 밀가루, 물, 소금으로 만든 천연발효종이죠. 빵을 공수하기 위해 광주 전 지역의 제과점을 조사했고, 매일 소량의 천연발효종 빵을 만드는 곳을 발견해 의뢰했어요. 다행히 이번 프로젝트 목적과 부합되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 그는 빵 못지않게 중요한 재료로 우유를 꼽았다. 그는 다음으로 중요한 재료인 ‘우유’에 대해 설명했다.

“목초만을 위해 최적화된 소는 다른 음식들이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전국을 수소문해 경기도 안성에서 100% 목초를 먹인 소의 우유를 찾을 수 있었죠. 그러나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 구입은 불법이기 때문에 예상되는 문제점에 관한 동의서에 사인을 한 뒤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소량을 얻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어요.”

그는 빵과 우유에 이어 원두 구입마저 여의치 않았다는 점을 잊지 않았다. 방탄 커피에 들어가는 원두는 열처리를 전제로 해 믿을만한 경로로 구한 원두를 선정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는 우유의 단백질과 강한 항산화 작용이 있는 커피의 폴리페놀이 충돌할 경우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좋지 않기 때문에 목초액 100%로 만든 버터를 넣어 커피 원두의 영양소를 지키는 것이 방탄커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만들어 선보인 생소하고 독특한 디저트는 ‘커먼키친 스윗스팟’ 시연회(16∼20일)에서 참여 시민들로부터 레시피와 재료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는 한참동안 ‘커먼키친 스윗스팟’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 뒤 이번 프로젝트에서 얻은 성과를 들려줬다.

“목초액 100% 우유와 버터 등은 시중에서 가격대가 너무 높다 보니 경험하기 힘들죠. 이 기회를 통해 대중들이 맛을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알리게 돼 보람됩니다.”

이밖에 그는 ‘커뮤니티 아트’의 하나로 문화전당 내부에 공동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부스를 설치, ‘푸드랩 팟 캐스트’를 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 이후 상경할 그에게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물었다.

“광주에서의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기회가 된다면 5·18 민주영령의 정신적인 힘과 교감하며 어떻게 그들을 추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춤이 될 수도 있고, 같이 걸어 볼 수도 있는 등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겠죠. 더불어 5·18 당시 서로 ‘주먹밥’을 나눈 공동체의 힘으로 다른 소재의 요리 커뮤니티 아트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시각예술가인 유병서씨는
서울 출생으로 한국예술종합대학교에서 영상이론을 전공하고 프랑스·독일·캐나다 등에서 영상·설치 미술 관련, 다양한 전시를 열어왔으며,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는 2월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오픈랩 소속 작가로 활동을 펼치면서 ‘오픈랩 최종 결과발표 전시회’(26∼27일)에 참여했으며, 최근 ‘미술관 읽기’를 펴냈다. 지난 2014 방송 아트 서바이벌 TV 프로그램 ‘아트 스타 코리아’에 결승전에 진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