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세상읽기]술 권하는 사회가 끝나고 있다.
입력 : 2026. 08. 31(월)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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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주필
#1
우리의 술문화는 한마디로 ‘관대’하다. 술자리가 대인관계와 집단 소속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 잡은데다 가족과 친구 사이의 유대를 만들고 형성하는 것을 돕는다고 생각해서 인지 술에 취해 한 실수는 웬만하면 용서한다. 전통적으로 조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형성돼 온 점도 여기에 한몫했다.
우리나라 술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농경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곡물을 발효시켜 빚는 문화로부터 비롯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에 삼국시대 이전 마한 시대부터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며 맑은 곡주를 빚어 조상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어, 농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술을 빚어 마셨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만 해도 술은 조상들을 기리고 이웃 및 친구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명절과 계절행사때 주로 마셨다.
일제시대때 시대의 아픔을 달래는 수단이 됐다.
대표적인 게 소설가 현진건이 1921년 잡지 개벽에 발표한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무기력과 고뇌를 다뤘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남편은 술에 빠진 이유에 대해 개인이 아닌 ‘사회’ 탓으로 돌리며 암담한 식민지 현실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즉, 뜻을 펴지 못하는 지식인과 힘든 삶을 이어가던 노동자들도 식민지의 가난과 억압을 잠시라도 잊기 위한 도구로 술을 찾았다는 얘기다.
#2
‘술 권하는 사회’는 현대에도 이어졌다.
일제시대와 달리 음주는 한국 문화에서 직장 사회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게 회식이었다.
직원들이 모여 서로 술을 권하는 술자리인 회식은 아이디어 공유와 소셜 네트워크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입사지원서에 음주유무와 주량까지 기재하라는 회사는 물론 지원자가 마실 수 있는 술을 여러 잔 주는 이른바 ‘알코올 면접’을 보는 곳도 있었다.
술을 ‘취하도록 마시는 경험’의 유무가 직장이나 인간관계의 중요 지표처럼 여겨졌고 조직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지 판단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또 많은 이들은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술, 특히 한 번에 6~7잔의 술을 마시는 폭음을 불사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의 절반이상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할 정도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은 ‘순수 알코올 1인당 연간 소비’ 기준으로 2015년 9.1L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회식은 직원복지, 생산성, 근무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잦은 폭음은 지각, 숙취 또는 순수한 업무 기피로 인해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3.
이런 술문화가 최근 바뀌고 있다.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닌 술 안마시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이 298만 8000㎘를 기록했는데 주류 출고량이 300만 ㎘ 밑으로 떨어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292만 2000㎘) 이후 27년 만이라고 한다. 물론 IMF때는 경기 악화로 술 마실 돈이 없었다. 10년 전인 2015년(380만 4000㎘)과 비교하면 21.5% 감소한 수치다.
대표 주종인 맥주, 소주, 막걸리가 동시에 줄었는데 그 중 맥주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출고량은 151만9000㎘로 전년보다 7.2% 줄었다. 맥주 출고량은 2022년 169만8000㎘에서 2023년 168만7000㎘, 2024년 163만7000㎘, 지난해 151만9000㎘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소주도 80만㎘ 아래로 내려갔는데 출고량이 2022년 86만2000㎘에서 2023년 84만4000㎘, 2024년 81만6000㎘, 지난해 79만3000㎘로 줄었다.
막걸리도 출고량이 2020년 38만㎘에서 2021년 36만3000㎘로 감소한 뒤 지난해 31만8000㎘까지 내려왔다.
뿐만 아니다 국내외 고급 위스키 업체도 영업이익이 반토막을 넘어 최대 70% 넘게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도 8.8일로 2023년 9.0일보다 0.2일 줄었으며 술을 마시는 날의 하루 평균 음주량도 6.6잔으로 2023년 6.7잔보다 감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직장 회식 문화가 달라진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고령화와 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국내 주류 시장이 구조적인 축소 국면에 접어든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얘기다.
#1
우리의 술문화는 한마디로 ‘관대’하다. 술자리가 대인관계와 집단 소속감을 강화하는 중요한 장으로 자리 잡은데다 가족과 친구 사이의 유대를 만들고 형성하는 것을 돕는다고 생각해서 인지 술에 취해 한 실수는 웬만하면 용서한다. 전통적으로 조상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형성돼 온 점도 여기에 한몫했다.
우리나라 술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농경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곡물을 발효시켜 빚는 문화로부터 비롯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헌에 삼국시대 이전 마한 시대부터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며 맑은 곡주를 빚어 조상에게 바쳤다는 기록이 있어, 농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술을 빚어 마셨을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지만 해도 술은 조상들을 기리고 이웃 및 친구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명절과 계절행사때 주로 마셨다.
일제시대때 시대의 아픔을 달래는 수단이 됐다.
대표적인 게 소설가 현진건이 1921년 잡지 개벽에 발표한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무기력과 고뇌를 다뤘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인 남편은 술에 빠진 이유에 대해 개인이 아닌 ‘사회’ 탓으로 돌리며 암담한 식민지 현실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즉, 뜻을 펴지 못하는 지식인과 힘든 삶을 이어가던 노동자들도 식민지의 가난과 억압을 잠시라도 잊기 위한 도구로 술을 찾았다는 얘기다.
#2
‘술 권하는 사회’는 현대에도 이어졌다.
일제시대와 달리 음주는 한국 문화에서 직장 사회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게 회식이었다.
직원들이 모여 서로 술을 권하는 술자리인 회식은 아이디어 공유와 소셜 네트워크 구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입사지원서에 음주유무와 주량까지 기재하라는 회사는 물론 지원자가 마실 수 있는 술을 여러 잔 주는 이른바 ‘알코올 면접’을 보는 곳도 있었다.
술을 ‘취하도록 마시는 경험’의 유무가 직장이나 인간관계의 중요 지표처럼 여겨졌고 조직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지 판단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또 많은 이들은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술, 특히 한 번에 6~7잔의 술을 마시는 폭음을 불사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의 절반이상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할 정도다.
이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술 소비량은 ‘순수 알코올 1인당 연간 소비’ 기준으로 2015년 9.1L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회식은 직원복지, 생산성, 근무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잦은 폭음은 지각, 숙취 또는 순수한 업무 기피로 인해 업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3.
이런 술문화가 최근 바뀌고 있다.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닌 술 안마시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이 298만 8000㎘를 기록했는데 주류 출고량이 300만 ㎘ 밑으로 떨어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292만 2000㎘) 이후 27년 만이라고 한다. 물론 IMF때는 경기 악화로 술 마실 돈이 없었다. 10년 전인 2015년(380만 4000㎘)과 비교하면 21.5% 감소한 수치다.
대표 주종인 맥주, 소주, 막걸리가 동시에 줄었는데 그 중 맥주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출고량은 151만9000㎘로 전년보다 7.2% 줄었다. 맥주 출고량은 2022년 169만8000㎘에서 2023년 168만7000㎘, 2024년 163만7000㎘, 지난해 151만9000㎘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소주도 80만㎘ 아래로 내려갔는데 출고량이 2022년 86만2000㎘에서 2023년 84만4000㎘, 2024년 81만6000㎘, 지난해 79만3000㎘로 줄었다.
막걸리도 출고량이 2020년 38만㎘에서 2021년 36만3000㎘로 감소한 뒤 지난해 31만8000㎘까지 내려왔다.
뿐만 아니다 국내외 고급 위스키 업체도 영업이익이 반토막을 넘어 최대 70% 넘게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 때문인지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신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도 8.8일로 2023년 9.0일보다 0.2일 줄었으며 술을 마시는 날의 하루 평균 음주량도 6.6잔으로 2023년 6.7잔보다 감소했다.
이같은 현상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데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직장 회식 문화가 달라진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고령화와 인구 감소까지 겹치면서 국내 주류 시장이 구조적인 축소 국면에 접어든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상훈 기자 goart001@gwangna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