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나무’에 가려진 체육인이라는 ‘숲’
송하종 문화체육부 기자
입력 : 2026. 08. 31(월)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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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종 문화체육부 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체육계가 하나의 체육회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출범을 코앞에 둔 지금, 정작 체육인들이 기대했던 ‘통합’의 모습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오는 9월 장성에서 양 지역 생활체육인들이 함께할 것으로 기대됐던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생활체육대축전이 결국 무산됐다. 전남은 9월 장성에서 기존 방식의 생활체육대축전을 열고, 광주는 10월께 시민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한다. 하나가 된 지역에서 체육인들은 다시 둘로 나뉘어 축제를 치르게 된 셈이다.

과정을 들여다보면 양측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전남도체육회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이어온 전남생활체육대축전의 역사와 정통성을 하루아침에 지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랜 시간 대회를 준비해 온 시·군체육회와 종목단체의 입장도 외면하기 쉽지 않다.

광주시체육회의 주장에도 이유는 있다. 시의 제안에 맞춰 대회를 준비한 데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리는 생활체육대축전이라면 양 지역이 동등한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광주는 선수단을 구성해 참가 신청까지 마쳤고 예산 지원도 준비했다.

문제는 양측이 각자의 논리를 지키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이 뒤로 밀렸다는 점이다.

‘제1회’라는 이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기존 대회의 역사성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공동주최 명칭을 넣을 것인지, 개막식에서 누가 대회사를 할 것인지가 협상의 중심에 섰다.

물론 조직에는 명분이 필요하고 역사와 절차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결국 ‘나무’다.

체육행정이 바라봐야 할 ‘숲’은 따로 있다. 대회를 손꼽아 기다리며 운동했던 생활체육 동호인들이다. 이들이 원했던 것은 광주와 전남의 동호인들이 같은 경기장에서 뛰고 경쟁하며 어울리는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기회는 사라졌다.

더 아쉬운 것은 이번 일이 단 한 번의 생활체육대축전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더 복잡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양 지역 종목단체를 하나로 합쳐야 하고 조직과 임원을 구성해야 한다. 예산과 사업 배분, 각종 대회 개최지 등을 놓고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그때마다 ‘광주 몫’과 ‘전남 몫’을 먼저 따진다면 통합체육회라는 간판만 하나일 뿐 내부는 영원히 둘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생활체육대축전 파행을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만 규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남은 기존 대회의 역사와 준비 과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광주는 통합에 걸맞은 동등한 참여를 요구했다. 양쪽 모두 자신들의 자리에서는 할 말이 있다.

그러나 통합을 준비하는 행정이라면 ‘누구의 주장이 더 옳은가’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서로 조금씩 내려놓더라도 체육인들에게 무엇이 더 좋은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통합 행정의 역할이다.

행정구역을 합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사람과 조직의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다. 통합은 이름을 하나로 바꾸고 조직을 합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광주와 전남 체육인들이 서로를 ‘상대 지역’이 아닌 같은 체육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체육회의 출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수많은 갈등과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릴 것이다. 이제는 어느 지역의 역사와 명분을 앞세울지보다 양 지역 체육인들에게 어떤 기회를 만들어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나무 하나하나도 중요하다. 하지만 체육행정이 끝내 지켜야 할 것은 체육인이라는 숲이다.
송하종 기자 hajong2@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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