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생명 속 ‘공존의 미학’ 추상적 시각화
김예지 개인전 3월 13일부터 광주 무등갤러리
입력 : 2025. 02. 27(목) 18:06
‘생명성-Consilience #32’
‘생명성-Consilience #80’
자유로운 곡선을 통해 생명의 힘과 공존의 미학을 표현해 현대추상미술의 영역 확장에 힘을 보태온 김예지 작가의 제6회 개인전이 오는 3월 13일부터 19일까지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열린다.

출품작은 대작 소작 등 40여점으로 한지와 비단 실크 등을 활용해 이중작업을 통한 층을 확보해 나간다.

‘Mind Curve Fitting-The Cell’이라는 주제로 열릴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적 연작 ‘Mind Curve Fitting’(감정곡선맞춤)의 시리즈 전작인 ‘Stromatolite’(기나긴 시간의 인내와 기다림), ‘The Beginning’(다양성 폭발의 시간), ‘The Lighting’(생명 간의 연결과 소통의 힘)의 후속작인 ‘The Cell’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Cell은 세포를 의미한다.

작가는 ‘The Cell’의 생성 과정 속 현대사회에서 갈망하는 배려와 공존의 힘이 형성되고 내재해 있다는 점을 회화 작업과 비단 겹침을 통해 담아낸다.

특히 자유로운 곡선을 통해 시간의 연속성을 표출해온 작가는 인간의 기억이야말로 연속적인 시간으로 내재해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파편화를 통해 기억을 분절된 형태로 저장한 후 짧은 시간 내에 재생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따라서 기다림의 미학은 상실되고 기억을 단지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에 도달하는 수단으로 평가되는, 처리의 과정에만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속적인 시간의 여러 맥락 속의 기억들은 분절된 시간과 공간으로 나눠지게 되고, 시간의 연속성은 점차 무뎌지게 된다고 한다.

작업 중인 김예지 작가
작가는 감정곡선맞춤을 통해 기억을 호출하고, 시간의 연속성을 표현하는 방식을 찾아가고자 했다. 작가는 감정의 단면을 분절화한 데이터로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기록해 연속화하는 작업을 펼쳐 왔다. 작가에게 자유로운 곡선은 목적한 지향점이나 방향성을 미리 지정하지 않고 감정의 흐름에 따라 캔버스 위에 반복, 선을 이루고 이 선들은 중첩돼 면이 되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확산한다.

작가의 자유로운 곡선은 그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예측 불가의 무질서를 통해 창조성을 드러내면서도, 단순히 방향성이 없어 보이지 않고 다양한 내적 깊이를 통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생명의 본성이 반복되고 중첩돼 곡선과 곡선 간의 행간에서 축적되고, 더욱 세밀하게 다양한 역동성을 표현하면서 시공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새로운 요소들이 기호로 더해져 흥미를 유발한다.

작가는 현대과학의 발견과 현대 철학의 사유를 기반으로 인간을 포함한 세상의 많은 생명 속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특질을 심상에 투영한 후 추상회화 형태로 형상화했다. 출품작들이 드러내는 생명의 공간 속으로 시선을 유도하고 겹쳐지며 변환되는 몰입의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김예지 작가는 영광 출생으로 조선대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개인전 5회와 다수 단체전에 출품했다. ‘맑은 미술제’ 제1회부터 제3회까지 심사위원과 나주문화원 미술대회 및 복암리 고분전시관 미술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한편 아티스트 토크는 3월 14일 오후 4시로 오정은 미술평론가가 진행을 맡으며 사후 도록에 평론 글을 맡을 홍경한 평론가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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