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같은 듯 다른 화풍…시대를 풍미한 형제
의재미술관 기획전 허백련·행면 형제전 관심
8월 31일까지 40여점 출품…직헌 허달재전도
입력 : 2025. 03. 04(화) 00:24
의재 허백련 작 ‘무릉도원’
의재 허백련과 그의 동생 목재 허행면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의재미술관(관장 이선옥)은 ‘꽃피고 물흐르니’라는 주제로 의재 허백련과 그의 아우인 목재 허행면 형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획전인 형제전을 지난 1일 개막, 오는 8월 31일까지 미술관 1, 2전시실에서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형제전에는 의재미술관 소장품 중 의재 허백련(1891~1977)과 그의 동생 목재 허행면(1906~1966)의 산수화와 화조화, 서예작품 등 40여점이 출품돼 관람객들을 만난다.

전시에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허백련의 ‘무릉도원’과 ‘석문도명’, 목재 허행면의 ‘사계군방도’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무릉도원’과 ‘석문도명’은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 복숭아꽃이 핀 도원의 꿈을 보여주며, 또 다른 작품 ‘위진팔황’은 바닷가 바위에 앉은 독수리의 기세를 볼 수 있다.

진도에서 태어나 자란 의재와 목재는 19세기 문인화가 소치 허련(1808~1993)과 한 집안으로, 어려서 서예와 묵화의 기초를 배울 수 있는 예술적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의재는 동양의 고전과 문인정신을 바탕으로 남종문인화풍을 견지해 화단의 거장으로 일가를 이뤘고, 목재는 형인 의재에게 서화를 배웠으며, 목재라는 호를 의재로부터 받을 만큼 형의 영향을 받았다.

목재 허행면 작 ‘강산무진팔폭병풍’
의재 허백련 작 ‘위진팔황’
아울러 의재가 일본에서 법률 공부를 하던 20대에 돌연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면, 목재는 광주고보 재학 중 석고데생이나 수채화, 유화 등 서양화 기법과 이론도 접하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목재는 한동안 공무원, 금광사업, 제지사업 등을 하다가 1938년 의재가 연진회(鍊眞會)를 설립할 때 창립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업을 시작했다.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경산수도 여러 점을 남겼으며,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과 회화미를 강조하면서 자기 세계를 개척해 나갔다.

그의 그림 세계에는 허백련과 마찬가지로 추사 김정희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문인화의 정신이 깊이 스며있다는 평이다.

목재는 의재를 통해 서화를 익혀 화풍의 유사성도 많지만, 의재의 작품이 문인화 정신을 이어 평생 담담하면서도 기품있는 화풍을 보여줬다. 또 목재는 현실적인 풍경화와 화려한 군방도(群芳圖)로 고법(古法)을 혁신하는데 힘을 쏟았다. 각색의 모란이 마당 가득 피어있는 의재의 모란병풍 ‘대부귀육곡일지병풍’과 갖가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목재의 ‘사계군방도’는 두 사람의 화풍상 두드러진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같은 듯 다른 화풍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의재와 목재의 작품을 통해 근·현대 남종문인화의 다양한 면모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같은 기간 의재미술관 4전시실에서는 의재 허백련의 손자이자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인 직헌 허달재의 문인화전도 열린다. 직헌 문인화전에서는 담담하면서도 기품있는 수묵 사군자화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밝고 화려하면서도 격조 있는 매화그림으로 유명한 직헌의 최근작 수묵 사군자화와 도기를 그린 그림은 전통을 현대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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