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국회를 통과한 ‘헌법재판관 3인 임명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연말 탄핵 정국이 회오리치고 있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탄핵 심판을 지연하려는 것이라며 탄핵소추 절차에 들어갔고, 여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은 물론 헌법재판관 추천과 임명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한 권한대행은 국무총리로서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되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직을 맡게 된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속도를 야당을 가급적 높이겠다는 야당과 반면 가급적 낮추겠다는 여당의 의지가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야당은 헌법재판소를 조기에 ‘9인 완전체’로 만들어 탄핵 심판의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고, 여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은 물론 현재 ‘6인 체제’를 그대로 두고 탄핵 심판의 절차적 하자를 들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려다가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임명 여부를 지켜보자며 이를 보류하고 27일 본회의를 새로운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이날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당내 기류는 ‘즉각 탄핵’으로 급물살을 탔다.

한 권한대행은 담화에서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임명하겠다”며 사실상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을 즉시 임명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권한대행이 아닌 내란 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곧장 탄핵안 제출 및 보고 절차를 밟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부당한 탄핵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후 규탄대회를 열어 “민주당이 탄핵을 서두르는 단 하나의 이유는 민주당 아버지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기 대선 정국을 만들어 선거를 통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덮겠다는 수작”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당연하다는 게 헌법학계의 합의된 해석”이라며 “3명 모두 여야 합의로 추천된 분들인데, 여야 합의 핑계를 대는 것은 궁색하다. 국회의 선출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한 권한대행의 탄핵안 가결 기준에 대해 우 의장과 입법조사처는 다른 국무위원과 마찬가지로 ‘151석 이상’이라고 보고 있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권이 무난히 탄핵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결 기준을 ‘대통령 탄핵’(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200석 이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고 권한대행이 이를 임명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선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탄핵을 심판하는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검사가 판사를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이 강행되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자체도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