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환경부가 ‘택배 과대포장 규제’ 시행을 코앞에 두고 추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택배 과대포장 규제는 지난 2022년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마련하면서 발표됐다.

택배를 보낼 때 포장 공간의 비율을 박스의 절반 이하로 하고, 포장은 한 차례만 하라는 것으로 4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보냉제는 포장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내용 등의 완화 방침을 비롯해 연 매출 500억원에 못 미치는 업체는 아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까지 발표했다.

지난 2년여간의 유예기간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추가 계도 기간을 두면서 환경정책의 후퇴라는 지적과 함께 시행이 임박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면서 정부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1회용컵 반환보증금제’의 전국 확대 계획이 폐기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매장 내 종이컵 등의 사용금지 계도 기간 종료를 앞두고 종이컵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고, 플라스틱 빨대는 무기한 연장했다.

더구나 최근 3년간(2021~2023년) 택배 물량은 해마다 폭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지난 2년간의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3번의 포장을 벗겨야 제품을 꺼낼 수 있고 완충재 역할을 하는 에어캡 등도 제품에 비해 많은 양이 포함되는 등 과대포장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쓰레기가 급증하자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현 정부의 환경정책은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택배물 포장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세부적인 규정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단속도 강화하며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느 정책이든 탁상공론은 위험하다. 출발이 잘못됐으면 폐기라도 제때 해야 한다.

여기에 대책이 아무리 완벽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

각 기업들도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미래 환경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시기다.

‘포장 폐기물 제로 시대’와 함께 탄소 중립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