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에서 촉법소년을 앞세워 금은방을 턴 강력사건이 벌어지면서 촉법소년 연량 하한·처벌 강화 필요성이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4일 동부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일 오전 3시30분께 동구 충장로3가에 위치한 한 금은방에서 4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A군(16)·B군(15)·C군(12)을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또 훔친 귀금속의 일부를 팔아주겠다고 약속한 D(19)씨를 추적 중에 있다.

A군과 C군은 금은방을 터는 역할을 맡았고, B군은 범행 도중 누가 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망을 봤다. 신원을 들키지 않기 위해 헬멧을 쓴 이들은 범행 후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가 8시간 30분 만인 오후 12시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 B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에 동참한 초등학교 6학년생 C군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인 탓에 보호자 인계 후 가정법원 송치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가출소년으로 용돈을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C군의 경우 촉법소년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 일부러 범행에 가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로, 현행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을 받지만 가장 무거운 처분(10호)을 받아도 2년간 소년원에 다녀올 뿐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9조의 규정 때문이다.

이처럼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한 강력범죄 발생에 이어 매년 범죄 건수도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개선과 대책 필요성이 또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9년~2021년) 지역에서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은 2574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581명(광주 280명, 전남 301명), 2020년 766명(광주 421명, 전남 345명), 지난해 1227명(광주 657명, 전남 570명)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특히, 관련 범죄가 2019년에 비해 지난해의 경우 111%(646명)나 증가했다.

매년 촉법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범행 수법이 흉악해지는 가운데 처벌 대상이 되지 않거나 미비한 처벌로 흐지부지 마무리되면서 유사한 범죄가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살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지난 3일 입법예고한 바 있다.

법무부는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중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또는 13세로 하향하는 ‘소년법’·‘형법’ 개정안 등 7건이 발의된 상태지만 모두 국회 계류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 관련 사건은 비일비재하다. 최근 들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범죄도 늘어나고 수법도 대담해지고 있지만 현 제도상에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며 “소년 범죄의 연령이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제도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보니 연령 조정에 대한 목소리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