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를 묻고 돌아오는 가족의 비통’, ‘구덩이 안에 파묻혀진 삶들’…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에서 비극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학살의 고통을 남의 일처럼 관망하게 된 것은 아닐까. 전쟁의 연장선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연극이 광주 무대에 오른다.

극단 노뜰(대표 원영오)은 2022 전쟁연작 ‘침묵’을 7월2일과 3일 양일간 푸른연극마을 극장 씨어터연바람에서 선보인다.

노뜰이 2019년부터 창작에 매진해온 전쟁연작 3부작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으로 ‘학살’의 개념에 집중한 작품이다.

극단은 지난 수년간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자행된 집단학살의 사실적 기록과 자료들을 공부하며 현장을 답사, 직접 모은 리서치 자료들을 한 편의 연극적 구성으로 표현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공연은 노뜰이 올해 진행하는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아픔의 역사를 가진 국내 주요 지역들을 순회하며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2020년 겨울 제주 쇼케이스로 작품을 처음 선보였으며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2021년 4월 제주, 9월 원주, 2022년 4월 대전에서 공연을 이어왔다.

주요 리서치 지역인 광주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민주화운동이 촉발된 거점이자 잘못된 권력의 폭압에 의한 자국민 학살이 자행된 곳으로, 작품이 갖는 의미와 연결된다. 노뜰이 광주에서 무대를 펼치는 이유다.

연극은 총 7장(비통, 가해자, 학살, 구덩이, 피에타, 위무, 귀로)으로 구성된다. 전쟁에 관한 독서토론 장면으로 시작해 갑자기 극으로 전환되는 구성, 전쟁의 사실적 기록과 감성적 기억이 교차하는 비극적 대비 등 기존의 익숙한 연극 형식을 역행한 독특한 방식으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극단 노뜰이 전쟁연작 ‘침묵’을 7월2일과 3일 양일간 푸른연극마을 극장 씨어터연바람에서 선보인다.

주목할 만한 특징은 구체적 서사가 아닌 배우들의 움직임 위주로 극이 전개된다는 점이다. 대사보다는 동작을 통해 폭력과 학살을 묘사한다. 전쟁은 어느 한 나라의 것이 아닌 세상 모든 이들이 마주한 문제이기에 언어의 장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제3의 언어를 택한 것이다.

극단 노뜰은 1993년 창단한 이래로 프랑스, 멕시코, 페루, 인도네시아,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국내외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 실존 문제 등 보편적인 메시지를 다루며 새로운 공연 언어를 탐구하는 작업에 매진해왔다. 연륜 있는 배우부터 젊은 신인 배우들이 신체 움직임을 섬세하게 표현한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노뜰이 공연을 직접 기획해 자발적으로 광주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광주 극단 푸른연극마을과 협력해 진행하는 이번 작업을 계기로 지역을 넘어 지속적인 교류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원영오 대표는 “배우들과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전쟁’이 백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며 “전쟁연작이지만 광주항쟁과도 무관하지 않다.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도시 광주에서 깊은 의미와 연관성을 떠올리며 관람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시간은 7월2일과 3일 각각 오후 6시, 4시다. 입장료는 일반 2만원, 청소년(중·고교생) 1만5000원, 예술인 1만원. 문의 062-226-2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