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출범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자와 재선의 김영록 전남지사의 상생 모드가 관심을 끌고 있다.

강 당선자와 김 지사는 지난 24일 회동해 민선 8기 상생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회동 자리에서 두 사람은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 전남 국립 의과대 설립, 광주 군 공항 이전 등 현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또 다음 달 1일 취임식 때 쌍방 간 축하 사절단을 보내는 등 출범부터 상생 분위기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광주·전남 시·도가 이렇게 상생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은 수도권 집중화 속에서 상생이 아니면 지역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당장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인재양성 드라이브 정책부터 지방 소외가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 인력 확대를 위해 교육부가 검토하는 방안 중 하나는 계약학과(산업체와 졸업생 취업을 약속한 학과) 규제 대폭 완화다. 그러나 계약학과들이 이미 수도권·명문대에 쏠린 상황에서 이 같은 규제 완화는 지방대와의 양극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

전국 대학·대학원 계약학과 769개 중 절반가량이 서울(186개), 경기(164개), 인천(24개)에 몰려있다. 학과 이름에 ‘반도체’가 들어가는 계약학과 17곳의 경우도 서울(6개), 경기(5개) 등 11개가 몰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인재 드라이브는 반도체 인력 확대를 빌미로 수도권의 정원 규제를 풀기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런 정부의 기조에 맞서 강 당선자가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제안했고, 김 지사가 즉각 화답했다. 강 당선자는 지난 일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를 발전시켜 광주·전남·전북·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8개 지자체의 ‘반도체 동맹’을 제안했다.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경제동맹의 차원이었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정부의 반도체 전략이 수도권 중심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데 강 당선인과 같은 생각이다”며 즉각 반도체 동맹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민선 8기 광주시와 전남도가 취임도 하기 전에 상생을 시작한 것이다.

강 당선자와 김 지사는 후보 시절인 지난달 16일 상생 정책 협약을 체결, 지방선거 당선을 전제로 취임 후 광주·전남 상생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상생특위 안건은 반도체 등 첨단미래산업 공동유치, 광역철도·고속도로 등 교통망 확충과 물류·인적자원·관광 등 상호 교류협력 확대, 그리고 경제권통합, 행정통합 및 생활권통합 등이다.

세부적으로 반도체·인공지능·자율주행 모빌리티·첨단 의료 등 지역 미래 먹거리 산업을 비롯해 서남권 원자력 의학원, 전남 국립 의과대, 광역 철도·도로망 구축 등 지역 현안을 망라했다.

또 지역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군 공항과 민간공항 이전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이제 시·도 간 상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시도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수도권의 경제수도, 충청권의 행정수도, 영남권의 메가시티 등 광역화 물결에서 호남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상생은 흉내 내기로 끝나선 절대 안 된다. 민선 6기 때부터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으나 민감한 사안에서 번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에 대해서는 아예 거론조차 못했고, 나주 공동혁신도시 지방세원 공동기금화 문제도 강인규 나주시장의 몽니에 막혀 시·도지사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한 채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특히 주민들의 이해가 민감한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은 전남도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생사업이다. 민선 7기 때처럼 주민들 눈치 보느라 논의 자체조차 진행 시키지 못한다면 상생이라 할 수 없다. 진정한 상생이라 함은 모름지기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윤석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인 ‘기회 발전 특구’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시·도 상생은 필수이다. 기회 발전 특구는 단일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업보다 시·도간 광역연계사업에 대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별 광역화, 그리고 야당의 길을 걷게 된 정치적 운명 등 광주·전남 앞에 놓인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이를 극복하는 해법은 오직 상생뿐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