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를 제외하고는 빛고을 대표적 간판 문화예술 행사인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광주아트페어(광주국제미술전람회·아트광주)의 행사 주체가 또 다시 변경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두 대표 행사의 주최는 광주시가 맡지만 예산만 내려주는 역할을 하지, 행사 현장의 실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어서 행사의 1부터 10까지 관련 업무 모두는 주관처가 떠맡는 구조다. 따라서 주관처의 잦은 변경은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장애가 되고, 계속해서 축적된 노하우가 공유되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한 인적, 물적 낭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 전문 인력 확보를 포함 경험을 통해 구축된 행사 시스템 등 유무형적 자산의 연속성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는 동시에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 대거 이탈할 경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광주디자인진흥원에서 주관해 왔으나 24일 광주시가 광주비엔날레재단으로 변경하면서 차기 전시부터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맡아 진행하게 됐다.

빛고을 미술시장을 표방해온 광주아트페어 역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처럼 주관처가 변경됨에 따라 광주문화재단이 맡아 대회를 치러야 한다.

광주시는 기존 주관처인 광주디자인진흥원에서 디자인비엔날레 운영을 넘기고 본연의 역할인 지역 디자인산업 진흥에 전념하도록 했으며, 전문성과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아트페어 주관처를 광주문화재단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광주문화재단은 이달 제15회 아트페어 예술감독에 윤익씨를 선임했다.

물론 이 두 간판 문화예술행사의 시작은 척박했던 아트 지형으로 인해 전국 간판 행사로 국내외 인지도를 쌓고 있던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맡았었다. 그렇게 해서 2005년 창설돼 열리게 된 제1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그해 10월 18일부터 11월 3일까지 ‘삶을 비추는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성황리 진행됐다. 초기에는 아트와 산업의 조화가 아닌, 아트에 너무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이후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제5회 전시가 열린 2013년까지 맡았으며, 광주디자인진흥원이 2014년부터 맡아 제6회부터 지난해 제10회까지 맡아왔다. 다시 광주비엔날레재단으로 귀속됐다고 표현할 수 있으나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당장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연달아 대규모 국제적 전시를 소화해야 하는데다 디자인비엔날레까지 더해져 크든, 작든 업무 하중이 만만치 않을 것임이 예고되고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광주아트페어에 비하면 부침이 덜한 편이다.

이어 광주아트페어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비해 부침이 심한 편이다. 주관처가 그동안 여덟차례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0년 창설된 광주아트페어는 ‘제1회 아트광주’라는 이름으로 9월 1일부터 5일까지 54개 국내외 화랑이 참가한 가운데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었다.

‘2023 광주아트페어’ 전경

광주아트페어는 제1회 대회를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맡아 치뤘으며, 광주문화재단이 제2∼3회를, 한국미술협회가 제4∼5회를, 광주미술협회가 제6∼8회를, 광주예총이 제10회를, 안다미로가 제11회를, 한국예술진흥회가 제12회를, 광주미술협회가 제13∼14회를 각각 맡아 진행했다.

이처럼 주관처가 변경된데는 비엔날레 전문도시를 표방, ‘국제미술도시 구축’ 방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각각의 행사에서 정체성과 전문성을 다시 점검하고 발현해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주관처 변경과 관련해 뜻있는 광주미술계 일부 인사들은 기대감보다는 우려감을 내비쳤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관련 진단결과가 있었다면 디자인진흥원이 시정 보완 하도록 해 지속시키는 편이 바꾸는 것보다는 더 나은 방향이 아니었을까라고 하면서 아트와 디자인간 네트워크 구조가 완전히 다른 만큼 그 간격을 어떻게 극복하냐가 향후 숙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아트페어와 관련해서는 자주 바뀌었지만 광주문화재단이 주관처가 된 만큼 행정만 맡고 나머지는 감독에 일임하는 것이 그나마 원활한 운영과 미술계로부터 환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라는 의견이다. 업무 하중에 따른 인력 보충과 전문성 확보 등 여러 난제들에 대한 해결이 뒤따라야 한다는 충언도 잊지 않았다.

광주미술계 한 인사는 “광주비엔날레가 2년에 한번씩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과 매년 한번씩 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문화재단은 원래 미션인 예술의 지원과 후원 그리고 기회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한편, 감독에 웬만한 것들은 일임해 차질없는 전시가 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며 “지나친 간섭 등이 가해지면 오히려 위축을 불러와 행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제한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가 문화중심도시인데 특출나게 어떤 장르가 드러나는 게 없다”면서 “문화예술적 특색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모호한 정체성 대신, 그나마 브랜드화된 것이 광주비엔날레여서 아트든, 디자인이든 도시 브랜딩을 고차원화해 전문 미술도시로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