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영혼’을 간직한 존재는 오직 인간뿐일까?’라는 생각을 오래 해왔다. 요즘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고 있어 그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사람은 감정의 이해관계에 따라 모른 척하거나 반겨주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개는 언제나 반겨준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죽는 날까지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유지한다. 그래서 오랫동안 키우던 개가 죽으면 사람들은 마치 부모나 형제를 잃은 듯한 슬픔에 빠진다. 그런 까닭에 요즘에는 애완동물이라고 하지 않고 반려동물이라고 부른다.

애완동물이라는 말 속에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가 깃들어 있다. 사람의 취미생활을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개를 가족으로 인식하지 않는 태도가 깃들어 있지만, 반려동물이라는 말 속에는 개를 사람과 같은 수평적인 관계 속에 놓인 가족이라는 말이 함의돼 있다.

이렇듯 개와의 교감을 통할 때마다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인지하지 못하는 개에게도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데 영혼이 깃들어 있어 자신의 정신세계를 상대에게 전하고 표현하는, 눈만 보아도 서로가 그 마음속에 들어있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사람이지만 그런 행위들을 할 수 있다고 해 모든 사람에게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는지?라는 생각도 해본다.

개와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지만 사람과 개는 소통 매개 수단인 언어가 통하지 못한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개에게는 짖는 소리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섬세하고 깊은 정신적인 교감은 전혀 불가능한 관계다. 나는 개의 심리와 정신세계를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개와 사람이 진정한 소통과 교감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개에게도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만물유생(萬物有生)’이라는 말이 있다. 원시 무속신앙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들은 이 세상 모든 것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까닭에 커다란 바위나 당산나무에 제사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다. 특정 종교에서는 미신이라고도 말하기도 한다. 이른바 고등종교가 민간신앙을 바라보는 태도다.

나는 가톨릭 신앙인이지만 개신교 목회자들이 바라볼 때는 가짜 신앙인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시(詩)와 문학평론을 하면서 오랫동안 고민했던 부문이 기독교와 우리 선조들이 생활화했던 정신적 인식 태도를 보여주는 이른바 민속적 생태학의 경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정리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 끝에 예술 세계에서는 무속과 특정 종교의 경계를 허물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에게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나는 학문적인 부문은 물론 예술적 영역에서도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티베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이른바 조장(鳥葬)이라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한때 영혼이 깃들었던 시신을 새가 쪼아먹음으로써 사람이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새처럼 영혼이 자유로워진다고 믿는다 한다. 이러한 티베트의 장례문화를 미개인들의 문화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사람이 죽어서 육체의 옷을 버리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그들의 신념은 매우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어린 나를 업고 키우다시피 한 큰누님이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되어 1년 동안 병상에 누워 있다가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품에서 숨을 거둔 누님을 사람들은 ‘천사가 하늘로 되돌아갔다’고 하였다. 신실한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님의 일생은 자신보다도 타자를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머니는 딸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하나님 품으로 갔으니 됐다’라고 지그시 입술을 깨무실 뿐이었다. 아무도 없는 데에서 어머니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해 통곡하셨을지도 모르지만, 어머니가 믿는 신앙 속에서는 ‘착하게 살아온 딸이 하나님 곁으로 갔으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누님은 영혼이 겨울 계곡의 맑은 물처럼 티 없이 순수했기 때문에 나 역시 슬픔을 제어할 수 있었으니 내가 신앙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누님이 쓰러진 후 수술하기 위해 벌거벗겨놓은 몸을 보며 나는 수치심보다도 언뜻 정육점에서 보았던 고기를 생각한 것은 참으로 불경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식물인간 상태는 마치 모든 정보가 날아가버린 깡통이 되어버린 빈 컴퓨터 같았기 때문이다. 한때 순수하고 해맑은, 그래서 빛나는 영혼이 깃들었던 누님의 육체에서 내가 ‘고깃덩이’를 생각하다니, 자책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곧 ‘아름다운 영혼이 깃들었던 육신은, 그것이 시신이라도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식과 보편성에서 벗어난 수많은 사람들의 일탈을 보며 때로는 상처를 입기도 하고, 자신도 누군가의 가슴을 훑기도 한다. 죽어서도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은 살아있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반려견과의 눈맞춤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