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진화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창의적인 발상’으로 지역발전을 일궈내고, 지역소멸 위기로 인한 공동체 해체 고비를 ‘소통과 상생’으로 극복하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이겨내면서 확대된 지방분권에 맞춰 ‘도전적인 자세’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키워내야 한다.
광주·전남이 중앙정부에 줄곧 외쳐온 ‘소외와 낙후 해결’ 요구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파도가 몰아닥치고 있어서다.
게다가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광주·전남 입장에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역대 진보 정권 때와는 달리 여건이 그리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기존에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하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폐지하고 국정과제로 제시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를 실현하는 상설기구를 만들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민선 8기의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새로 출범하는 지방정부가 기관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조직과 소관 사무를 총괄하던 기존의 ‘단체장 중심형’에서 ‘단체장 권한 분산형’이나 ‘의회중심형’으로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1월 13일부터 시행된 데 따른 변화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고 보완돼야 할 것도 많아 당장 실행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관련 논의가 크게 늘 전망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중앙집권적 정치제도와 선거제도 안에서 부작용과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교육자치와 자치경찰 확대 등도 예정돼 있어 확대된 지방분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역민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코앞에 닥친 과제는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다.
행정안전부가 펴낸 ‘2021년 인구감소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소멸 위기 지역으로는 군 단위 농촌이 69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시도별로는 전남과 경북이 각각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원 12곳, 경남 11곳, 전북 10곳, 충남 9곳, 충북 6곳이다.
전남은 17개 군 가운데 도청이 있는 무안을 제외하고 모두 소멸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방소멸이 국가적 과제이긴 하지만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 지자체가 저출생과 청년층의 인구 유출 감소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함께 2단계 공공기관 이전을 앞당기고, 폐교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370개 중 서울 등 수도권에 44.3%인 164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단계 이전이 이뤄진 뒤에도, 공공기관 10곳 중 4곳 이상은 수도권에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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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 8기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영록·이정현·민점기 전남지사 후보(왼쪽부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
다만 대안으로 ‘메가시티’ 논의를 시작해 임기 말에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을 띄웠지만 당장 해결책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제안해 지난해 논의가 시작된 광주·전남 시·도 행정통합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장기적인 과제로 여겨진다.
민선 8기는 무엇보다 오랫동안 역사·문화·경제공동체였던 광주·전남의 상생발전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지난해 2월 광주와 전남, 전북은 호남초광역권에너지공동체(RE300)를 출범시켰다.
오는 2050년까지 호남이 지역 전력사용량의 300%를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고 이른 시일 내에 실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광주가 추구하는 AI(인공지능)중심도시, 스마트 메가시티 조성을 비롯한 미래산업 육성도 타지역과 변별되는 목표가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광주·전남만의 차별화된 ‘그랜드 비전’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토대로 공동생활권을 가진 각 권역별로 지자체연합과 신산업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정책으로 내세운 ‘기회특구’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광주전남연구원 박재영 원장은 최근 민선 8기 광주전남 지자체 발전방향과 핵심과제를 제안한 정책보고서를 내며 “소멸위기와 격차 심화 등 광주전남이 처한 불균형 상황 속에서 새로운 전환을 적극 시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이하 고향세)’에 대한 준비도 민선 8기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모금 및 기부금 접수 △답례품 선정·제공 △고향사랑기금 관리·운용 등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기부액의 30% 범위 내에서 답례품 제공이 가능하고, 기부금 모집비 사용은 전년 기부금의 15%까지 가능하다. 지자체가 기부를 강요할 경우 최대 8개월 동안 모금이 제한된다.
이 제도를 지난 2008년에 도입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출향인 등에게 홍보와 유인책을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선 8기 지역민과 지자체, 지방의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