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마지막이 될 9월 아시안게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겠습니다.”

여자 허들 간판 정혜림(35·광주시청)이 올 시즌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국제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정혜림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허들100m를 13초20에 주파, 금빛 레이스를 선보이며 ‘허들 여제’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정혜림의 금메달은 2010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연경(41) 이후 한국 육상의 첫 금메달이었다.

이후 국내외 무대에서 허들 일인자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2021년은 아쉬움이 가득한 한해였다. 도쿄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설움을 제102회 전국체전에서 깨끗이 씻어내려고 했으나 코로나19라는 커다란 벽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1고성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1위를 독차지, 허들여왕다운 실력을 과시하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정헤림은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 매해 기량을 의심하고 있지만, 다행히 걱정을 떨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면서 “후반기에 컨디션이 좋았던 터라 전국체전 취소는 무척 아쉬웠다. 개최 여부가 자꾸 번복돼 갈피가 안 잡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는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2022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운동화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진천 선수촌으로 입촌,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후 첫 경기가 될 3월 실업대항전에서 실전 감각을 익힌 뒤 5~6월부터 본격적인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그녀는 “올해는 아시안게임에 맞춰서 훈련을 진행할 생각”이라면서 “자카르타 때는 금메달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메달 획득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물론 금메달이면 좋겠지만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목표를 밝혔다.

이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려면 해외 대회에서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데 지금 제 상황에서는 힘들다”면서 “대신 아시안게임에 집중하고 개인 최고기록(2016년·13초04) 세우고 싶다. 다만 훈련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정혜림은 훈련 때 다쳤던 발목 근육을 보강하고 부족한 근력을 키우는 훈련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허들 종목은 도약력이나 밸런스가 중요하다”며 “따라서 리듬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허들을 짧게 놓고 빠르게 뛰거나 운동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운동 중 하나인 플라이오메트릭 트레이닝(Plyometrics training)에 집중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30대 중반으로 어느덧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은 정혜림은 “허들을 중학생 때부터 시작했다. 원래는 중장거리 선수로 입단했었는데 선생님이 허들을 추천하셔서 시작하게 됐다”며 회상했다.

이어 “이전에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가 점점 페이스가 떨어지는 레이스를 구사했지만 중·후반으로 갈수록 리듬 찾기가 힘들었다”면서 “이제는 스타트에 힘을 조금 덜 쓰려는 느낌으로 한다”고 경기 노하우를 설명하기도 했다.

끝으로 정혜림은 “광주시청 육상팀에 입단한 이후 기량이 좋아졌고 시민들의 따뜻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광주의 위상을 높이고 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