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 고장 사람들이 광주를 떠나서 살다 보면 가장 그리운 몇 가지 풍경을 공통되게 언급한다. 그중에 가장 대표적인 사항은 광주를 넉넉하게 안고 있는 무등산의 모습이다. 광주의 어느 곳에서도 한눈에 보이며, 광주를 다양한 의미로 상징하는 이러한 무등산은 그 품 안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귀한 존재이다. 잠시라도 광주를 떠나 되돌아올 때 호남터널을 넘어 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나면 우리를 따뜻하게 반겨주는 무등산의 형상은 언어 표현 그 자체처럼 어머니의 품에 들어온 듯 마음 편한 안식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때로는 일상에서 힘들고 지쳐있을 때 무등산을 바라보면 어느덧 새로운 기운을 전해주어 위로의 기운이 생겨나는 고마운 산이다. 이처럼 무등산은 광주사람과 함께하며 우리의 슬픔과 기쁨을 묵묵히 지켜보며 함께하는 깊은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

무등산은 광주시와 전남 화순군, 담양군에 걸쳐 있는 산으로 호남정맥의 중심 산줄기로 인식된다. 최고봉인 천왕봉의 높이는 1186m로 국제적 사례를 살펴봐도 인구 100만 이상 거주하는 도시에 이처럼 높은 산은 유일무이하다. 서울시민들이 자랑하는 남산의 높이가 265m에 이르니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산의 형태는 비교적 완만하여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실제 등반이 수월하다. 정상 부분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뤄 사시사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산악인들을 유혹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무등산은 1972년 5월 22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2013년 3월 5일 국립공원 제21호로 지정됐다. 2018년에는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제204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광주시와 담양군, 화순군이 신청한 무등산권 지질공원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최종 인증이 확정됐다. 무등산 주상절리대, 화순 서유리 공룡 화석지, 적벽 등을 포함하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세계적으로는 137번째, 국내에서는 제주도와 청송군에 이어 3번째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이해하듯이 산의 이름인 ‘무등(無等)’은 차별 없이 평등하다는 깊은 뜻을 지녀 민주, 인권, 평화도시인 광주시와 너무도 어울리는 명칭이다. 이러한 무등산을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증심사 쪽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무등산장에서 출발해 산의 뒤편을 돌아 규봉암을 지나서 올라가는 방향이 가능하다. 그 이후 장불재를 거쳐 무등산 천왕봉으로 방향을 오르면 더없이 멋진 정취와 완만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실내모임이 어려워진 요즘, 산을 찾은 이들이 많아지고 더욱이 젊은 층의 방문이 증가했다고 한다. 겨울 산행은 변덕스러운 일기변화로 다소 위험하지만, 어느 정도 간단한 장비를 준비하면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가까운 지인 혹은 가족들과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무등산 방문은 여러 가지 즐거움을 안겨 준다. 운이 좋으면 메마른 나뭇가지에 하얗게 피어있는 눈꽃 절경의 감상이 가능하며, 장불재에서 서석대를 향해 좁은 길을 걷다가 만나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무등의 풍경을 통해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깨끗이 해소할 수 있다. 등산 도중 쉬어가는 휴식을 이용해 산에서 먹는 모든 간식거리는 꿀맛이다. 목적한 장소에 도달하면 보온병에 준비한 더운물을 이용하여 컵라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산에서 보면 온갖 종류의 도시락을 준비해오는 다양한 센스가 돋보이는 등산 애호가들이 많다. 산을 오르내리며 나누는 살가운 대화와 시야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정신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사랑하는 광주의 모습은 덤으로 제공된다.

2022년 새해가 시작됐다. 예로부터 광주시민들은 새해 첫날 무등산에 올라 해돋이를 맞이하며 새해의 소원을 축원하며 주변과 지역사회의 안녕을 빌었었다. 산에 오르거나, 내려가며 만나는 모두에게 새해의 덕담을 건네며 공동체 의식을 공유했다. 한편으로 지나간 해의 묶은 감정을 씻은 듯 날려버리고 새로운 한 해를 기운차게 맞이하는 에너지를 얻었다. 이러한 무등산의 훌륭한 기운과 정기는 호남을 상징하는 수많은 애국지사와 예술가 등을 배출시키는 근간이 됐을 것이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겨울이다. 마음만 먹으면 너무도 가까이 있는 무등산에 올라 우리의 미래를 향한 소원도 빌어보고, 건강도 챙겨보는 일거양득의 산행을 시도해보자. 2022년은 모든 것이 잘 풀려가는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