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거기가 아직도 남아있어?” 오래전 추억이 깃든 곳이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때, 묘한 만족감이 차오른다. 학창시절에 방앗간 드나들듯 했던 단골 가게이기도 하고, 소중한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한 거리나 장소이기도 하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에도 그런 귀한 터들이 있다. 광주 사람들의 공식 약속 장소였던 충장로 우체국 앞이나 시골 할머니들의 생계 장터가 돼줬던 남광주역, 100년에 가까운 산업유산 일신·전남방직공장 등이 그것들이다.

시민 삶의 흔적이 가득한 곳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 모습도 변해갔다. 도시의 변화 속도에 밀려난 곳들은 자연스레 소실됐고, 그 터는 새로 들어선 건물이 차지하면서 그 시절의 추억마저 삼킨다. 세월 유수에 강산도 변하는 마당이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나 영영 잃고 나면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도시가 간직한 귀한 문화 자원들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어 반갑다. 최근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한 ‘미래유산시민연대’가 그들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래유산들이다. 미래유산이란, 말 그대로 지금 당장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큰 문화적 가치를 지닌 다양한 자원들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백범 김구 선생의 뜻이 담긴 ‘백화마을’이나 광주천 빈민들의 애환이 서린 ‘학동 8거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충분한 가치를 지녔지만, 관리 사각지대 속에 방치되다시피 하다 결국 아파트 숲으로의 변화를 피하지 못했다.

앞으로 단체가 할 일은 이처럼 지역민들과 고락을 함께 해 온 소중한 역사문화자원들을 앞장서 지키는 일이다. 지정 문화재들은 어쨌든 관에서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외의 것들은 자발적인 ‘힘’들이 아니라면, 보호 장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 그 소중함 마저 잊어버리고 말 때가 있다. 잃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인 기억들을 품은, 소중한 ‘내일의 유산’들에 찐한 관심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