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약자들의 따스한 연대를 누구나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없는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지’ 같은 위대한 대사들이 저잣거리에서 빈번하게 설파되곤 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이 같은 협동정신은 풍속극에나 등장할 법한 사어(死語)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성공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가치가 되고,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오늘날, 이기심의 발로는 합리적 선택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 같은 이데올로기 하에서 내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경쟁상대는 배척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결국 이로부터 위기에 도움을 줄 곳은 결국 나와 내 가족뿐이라는 방어적인 이기심만 더욱 강화됐다.

그런데 실제 이윤보다는 사람과 협동을 중시하는 금융기관이 있다. 신협은 ‘약자가 약자를 돕는 협동정신’을 중심 가치로 두고 있다. 그렇기에 신협은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서비스들을 제공하지만, 타 금융기관과는 다른 성공척도를 갖는다.

일례로 신협에는 이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지원활동들이 있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자영업자들에게 전문가와 1:1 컨설팅을 이어주고(어부바플랜), 희미해지는 전통문화를 되살려 그 동력으로 지역 경제까지 살리고(지역특화사업), 갑작스러운 공장 폐쇄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진 지역민에게 무이자로 생계비를 지원하고(고용·산업위기지역 지원),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치매노인과 아이를 보호하는 GPS 기반의 위치알리미(어부바 위치알리미)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또 저리의 자영업자 전용 대출을 한다든지, 소상공인들과 신협 간 연대를 통해 가게 홍보활동, 신협 부담으로 쿠폰을 발행해서 해당 가게를 이용하게 한다든지, 상권분석, 매출손익분석을 지원하는 등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많은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협이 사회적·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출시한 ‘상생협력대출금’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신협이 지원한 금액이 1000억원을 넘겼다.

사회적경제기업의 금융지원을 위해 출시한 상생협력대출금의 금리는 신용대출이 3.0%, 담보대출이 2.5%로 중앙회와 전국 신협이 함께 조성한 사회적경제지원금으로 상생협력대출금을 취급하고 있는 신협의 금리부담을 낮춰 일반대출에 비해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이처럼 신협에는 금융기관이 챙길 일이라기엔 의외의 상품과 사회공헌활동들이 많다. 그리고 이같은 활동 저변에는 모두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신협의 신념이 깔려 있다. 우리의 마음이 가닿은 것일까. 얼마 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회 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신협이 사회적경제기업 금융지원으로 사회가치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일상이 된 거리두기로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지만, 앞으로도 신협이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힘을 쓴 가치는 언제나 ‘사람’일 것이다. 신협은 언제나 서민편이다. 약자들 간의 따스한 연대의 힘이 커져 위기 때에도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사회로의 변화를 간절히 기대한다.

‘길은 명사라기보다는 동사에 가깝다’는 김훈 작가는 표현처럼 소백산맥을 넘어가는 문경새재는 산맥의 모습을 닮아 있고, 구부러진 논두렁 길이나 밭두렁 길은 그 흙에 코를 박고 일하는 인간의 노동을 닮아 있다. 극난과 간난의 환경 속에서도 인간애와 협동을 바탕으로 한푼 두푼 저축하며 희망을 노래했던 서민들의 목소리는 61년 신협의 모습을 닮아있다. 앞으로도 신협이 존재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