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연이 막을 내리자, 문득 의문이 들었다. 무대를 채웠던 세트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극적 효과를 내기 위해 세워진 가벽과 휘황찬란한 설치물들부터, 소박한 연극 무대에서 사용된 주인공의 방안 가재도구들까지. 자그마한 것들은 또 다른 작품을 위해 보관됐다 사용할 수 있지만, 대형 세트들은 공연이 끝나면 그야말로 골칫덩어리로 전락한다. 언젠가 또 쓸 일이 있겠지 싶어 보관해두기에도 그 크기와 부피 탓에 여의치가 않다. 길어봤자 3일 간의 공연을 위해 공 들여 만든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문화전당의 콘텐츠 창제작·전시 관련 7개 사업에 총 23억23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 중 공간 구축·철거, 폐기물 처리 등의 비용으로 4억9400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예산의 21.3%에 해당하는 수치다. 못 쓸 것을 버리는데 이만한 돈이 든다니, 두고두고 아까운 생각이다.

이에 공연예술계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당은 기획전에서 활용했던 목재 구조물을 또 다른 전시의 선반, 테이블, 벤치 등으로 재단장했고, 서울 대학로의 ‘공쓰재’(공연 후 쓰고 남은 무대 소품·세트 재활용 커뮤니티)는 한 작품을 마치고 남는 자투리 자재들을 모아 필요한 곳에 다시 제공하는 선순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공연예술계에 ‘친환경’ 운동이 시작된 셈이다. 지역 예술단들이 가장 쉬이 동참해 볼 만한 게 공연 홍보를 위한 포스터·현수막 등을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일이다. 인쇄와 출판을 최소화하고, QR코드를 적극 활용한 홍보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지혜는 바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불필요한 이동 거리를 줄이기 위해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이산화탄소 발생률은 물론, 시간·비용 절감 그리고 로컬 창작자들 간 동반성장까지 다양한 결실을 얻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인간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게 예술이 가진 힘이다. 그 힘이 지구환경에까지 가 닿기를 소원한다. 이제, 예술도 친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