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벌써 25여년 전의 일이다. 일본 교토대학의 고바야시 마사미 교수가 필자초청으로 광주에 왔을 때 신문 인터뷰를 했었다.

그는 “광주는 하늘과 산, 그리고 땅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려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연이 이 도시에 준 최대 선물인 무등산을 고층 건축물과 아파트군이 가리고 있고, 시점 대상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고 했다.

또 광주가 무등산이라고 하는 자연조건 아래서 설계되고 운영되면 좋겠다고도 했다. 경관행정 부재에 대한 뼈아픈 조언이 었는데, 결코 쉽지 않은 솔직한 이야기였다.

당시 전남일보 논설위원이던 최하림 선생은 이를 인용해 “무등산이 가려저 간다” 라는 컬럼을 실었다. 그리고 긴 세월이 지났지만, 광주는 여전히 아파트등이 무등산을 가리는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무등산과의 관계가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아서 언제든지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도심의 어떤 건축물에 걸려있는 “무등산이 안보여요, 시장님 막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시는 무등산을 배경으로 탄생하고 성장해 왔지만, 자연이 준 최대 선물인 무등산에 대한 자세는 그리 예의적이지 않아 왔다. 예의적이 아닌 것이 어디 무등산뿐이랴.

지금보다 5배 넓었던 광주천에도, 경양 방죽에도, 역사적 건축유산에도 그러 했다. 그때 고바야시 마사미 교수가 그렇게 말했던 배경에는 잘 작동 되고 있는 교토의 경관행정 사례가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광주와 인구규모가 비슷한 교토는 무등산 보다는 훨씬 낮은 해발 390여미터의 삼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시가지 가운데에는 넓은 가모가와 천이 흐르고 있다. 광주와 비슷한 공간구조를 갖고 있지만, 보여지는 모습은 전혀 다르다. 교토는 시가지에서 삼산을 쉽게 볼 수 있고, 스카이라인도 수평적으로 잘 관리되어 있다. 가모가와 천에서 매년 삼산의 6부능선 쯤에 있는 大‘ 모양에서 열리는 불꽃축제를 볼 수 있도록 건축물 높이를 규제하는 가시선을 설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산을 보존하는 다양한 제도가 준비가 되어 있다.

이미 1930년대부터 자연경관과 역사경관의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풍치지구를 지정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또 고도 보존법에 의거 ‘풍치지구에 더해 역사적 풍토 특별보존지구, 역사적 풍토보존지구’를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건축 기준법을 근거로 지정한 미관지구 이외도 ‘특별 보존 수경지구, 미관지구내에 공작물규제 구역 및 거대 공작물 규제구역’을 세분·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종합설계제도를 바탕으로 한 ‘도시 주변에서의 고도지구로 지정된 절대높이 제한 구역, 도심에서의 고도지구로 지정된 절대높이 제한 구역, 31미터 규제구역, 용적율 등에 의한 간접적 규제구역’ 등도 지정하고 있다.

그래서 예측 가능한 설계를 할 수 있고, 높이에 대한 논쟁이 적은데, 이는 문화행정의 전개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교토에서도 교토타워, 국제현상 설계에 당선된 교토역 계획안, 교토호텔등에 일본적 경관 논쟁이 있었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높이였다. 건축물에서 높이라는 것은 상당히 상징적이고 알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거기에는 개개 건축이 시민들이 삼산을 볼수 있는 권리를 뺏는 것은 잘못이라는 인식도 있다. 교토에서 큰 논쟁은 조례개정으로 이어?다. 교토는 그만큼 상세한 경관적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삼산으로부터 자유롭다. 일본 시네마현의 호수풍경 보존, 효고현의 하천풍경과 역사 풍경보존, 이와테현의 산악 풍경보존, 오카야마현의 일본의 3대 정원으로 불리우고 있는 도심 가운에 있는 고우라구엔 공원의 조망 풍경 보존도 구체적 경관 룰을 통해서 관리하고 있다.

가나자와는 공중에 풍선을 띄어서 높이를 규제를 한다. 지중해 관광도시 니스가 바다와 땅이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높아저 가는 지형을 따라서 건축물도 높아저 가는 완벽한 스카이 라인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우에서 지형을 따라서 건축물 높이가 결정되고 있는 것도 그러하다.

우리 도시가 무등산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상세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예측 가능한 건축 설계를 할 수 있고, 높이에 따른 경관논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경관은 시점과 보는 경관대상에 따라서는 조망형 관과 환경형 경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무등산으로 한정해서 보면 조망형 경관이 중요하다. 조망형경관의 시작은 시점장소(조망하는 지점)와 대상 장소(조망대상이 되는 경관)의 선정이다. 그다음이 어떻게 보존할까의문제가 있다. 시점장소는 공공성 (시민접근 자유성), 역사성, 관광성(관광객이 조망을 즐기는 곳), 심상성 (앙케이트 인지도)등을 요소로 선정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시에 무등산에 대한 경관적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점장소와 대상장소의 지정이 시민의 공유적 인식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교토가 결코 우리도시의 해답은 아니지만, 광주 건축이 무등산에서 자유스러우려면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교훈은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법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시민의 동의가 있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무둥산은 자연이 이 도시에 준 최대 선물이다. 특수해적인 경관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야 문화도시 답게 되며,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새대의 최소한 도리가 된다.